‘친노 안방’ 경남 김해을에 통합당으로 출사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후보 당선…또 다시 고배
20년 이상 민주화투쟁과 노동운동에 투신한 살아있는 역사로 시민사회 계에서 ‘영원한 재야’, ‘운동권의 전설’이라 불리며 파란만장한 행보를 보였던 장기표(75) 미래통합당 후보가 4ㆍ15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낙선했다. 그가 총선에 나선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이날 경남 김해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당선자가 장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총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며 ‘친노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지만 본 선거에서는 김 당선자의 벽 앞에서 맥 없이 무너졌다.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이었던 장 후보는 전태일 열사 분신 사건 이후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1972년 서울대 생 내란음모 사건을 시작으로 김대중 납치사건 규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며 유신체제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국민의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입각 제의를 했지만 그는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에서 이재오 전 의원, 이부영ㆍ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함께 4인방으로 꼽히며 재야세력 결집의 주역으로 주목 받았다. 1990년에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과 함께 민중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그는 2년 뒤 14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갑에 민중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득표율 21%로 낙선하는 등 함께 활동했던 운동권 동지들과 달리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 했다.
이를 포함해 30년 동안 군소 야당 후보로 6차례 총선에 나섰지만 번번이 국회의원 배지 달기에 실패하면서 ‘낙선 전문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번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문재인 정권 퇴진’을 외치며 국민소리당 창당추진위원회를 꾸려 야권 통합을 주장했고, 자유한국당 주축의 통합신당준비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해 미래통합당 탄생에 역할을 했다.
이어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권유로 야당의 험지, 친노의 안방으로 불리는 경남 김해을에 과감히 도전했다. 장 후보가 고위공직자 특권폐지 등의 공약을 내세워 등장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해당 지역구가 더욱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통합당 창당에 합류한 행보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러 평가를 뒤로 하고 이번 총선에서 7번째 낙선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 든 그는 제도 정치권에서 물러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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