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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대 정당 횡포로 귀결된 비례 위성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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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대 정당 횡포로 귀결된 비례 위성 정당

입력
2020.04.16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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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다목적베드민턴체육관에서 개표할 투표함이 도착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제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다목적베드민턴체육관에서 개표할 투표함이 도착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출구조사로 확인된 21대 총선 비례대표 투표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와 반칙을 감행한 거대 양당이 비례 의석마저도 싹쓸이해 갔다.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완화하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47석의 비례 의석 가운데 최대 40석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시민당은 16~20석, 한국당은 17~20석을 가져가는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소수 정당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정의당은 4~6석을 얻는 데 그쳤고, 국민의당은 3~4석에 불과했다. 비례 투표 용지 맨 위 칸을 차지했던 기호 3번 민생당은 KBS, MBC 조사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비례 13석을 얻는 데 힘입어 전체 38석을 가진 3당 돌풍을 일으킨 것과도 비교된다. 당초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친문 성향의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도 많아야 3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뿐이 아니다. 여성의당, 시대전환, 미래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등 소수자 대변과 미래 가치를 내세웠던 소수 정당들도 원내 진출 기준인 ‘정당 득표율 3%’ 장벽에 막혀 무릎을 꿇었다. 35개 정당이나 등록해 비례 투표 용지가 48.1cm로 길어지면서 수개표를 했던 고생이 무색해졌다.

이번 비례 투표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과 독과점 구도 강화로 귀결됐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다당제 정치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정치 개혁 차원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기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했던 초라한 성적표다. 이는 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 30석을 노리고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예견됐던 참사다. 상대를 향해 꼼수라고 비난하고 자신은 정당방위라고 강변했지만 소수 정당의 밥그릇을 빼앗은 기득권의 횡포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비례 투표 용지에 기호 1번과 2번 정당이 없고, 모정당과 위성정당이 선거법을 농락하며 꼼수 선거운동을 벌이는 비정상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제3지대가 실종되고, 소수 정당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상황은 정당 정치의 후퇴이자 실패다. 하지만 위성정당 세몰이로 자기 진영을 결집하는 효과까지 거둔 거대 양당은 반성의 기색조차 없다. 꼼수와 반칙을 쓰더라도 결국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거대 양당의 자만과 오만함을 봐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여야는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가장 먼저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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