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고민정과 아슬아슬 승부
나경원, 첫 ‘여성 5선’ 고지서 좌절
보수 대선주자 대 정치신인의 대결로 주목 받았던 4ㆍ15 총선 서울 광진을과 동작을 선거가 ‘신인의 반란’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개표 중반을 넘어선 16일 0시40분 기준 미래통합당의 오세훈 광진을 후보와 나경원 동작을 후보가 각각 더불어민주당의 신인인 고민정 후보와 이수진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오면서다. 전체 지역구에서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밀린 통합당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진 두 명을 한꺼번에 잃을 위기에 처했다.
광진을에 도전한 오 후보에게 이번 총선은 정치인생을 건 승부수였다. 그는 재선 서울시장이던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끝에 시장직을 내려놓고 긴 정치적 공백기를 보냈다. 2016년 20대 총선 땐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했지만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밀려 낙선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던 2017년 1월 당시 바른정당에 참여했다가 통합당에 복당한 이력은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18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보수정당이 내리 패배해 온 험지 광진을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것은 이런 원죄를 씻고 화려하게 부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고 후보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하게 됐다. 원내 입성을 발판 삼아 대선으로 향하려 했던 그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보수정당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여성 5선을 꿈꾼 나 후보 역시 일단 발걸음을 멈출 공산이 커졌다. 개표율 70%를 넘긴 16일 0시40분 기준 이 후보가 나 후보를 5%포인트 가까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나 후보는 2004년 17대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18, 19, 20대 국회까지4선 반열에 올랐다. 꽃길만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박원순 현 시장에게 패했고, 사학재단이라는 집안 배경과 엘리트 이미지 때문에 대척점에 있는 세력의 공격에 시달렸다.
인지도 높은 정치인이었던 그의 체급은 2018년 말 세 번의 도전 끝에 ‘보수정당 첫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크게 높아졌다. 민주당은 대선주자급으로 거듭난 나 후보를 잡기 위해 이번 총선을 앞두고 판사 후배인 이수진 후보를 전략공천 했다. 선거기간 내내 나 후보는 힘든 경쟁을 했고, 이날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도권 전체에 걸쳐 민주당 기세가 워낙 거셌던 데다, 다선 의원에 대한 피로감까지 더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보수정당 최초 여성 5선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는 실패했지만, 나 후보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재기를 도모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원내대표를 지낸 만큼 차기 당권을 노릴 수 있다. 2022년 대선 레이스에 참전하거나,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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