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실정•조국 논란 등 위기 몰린 여당에 전화위복
통합당, 대안세력 인정 못 받아
21대 총선에서 민심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에 힘을 심어 달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집권 4년차를 앞둔 문재인 정권 대신 ‘대안 세력’이 되지 못한 미래통합당을 매섭게 심판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견제해달라”는 통합당의 호소는 먹히지 않았고 통합당이 기대를 걸었던 ‘보수층의 숨은 표’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0시 40분 기준 개표 결과,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비례대표 위성정당) 의석은 174석으로 과반 의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반면 통합당과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09석에 그쳤다. ‘정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선거는 여당에 불리하다’는 통설을 깨고 여권은 ‘압승’, 제1야당은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흐름에 ‘정권 심판론’ 기류가 감지됐다.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다 공정성 논란을 불러온 ‘조국 사태’ 에 ‘민주당의 임미리 칼럼 고소’ 사건까지 잇따르면서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여론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면서 ‘정권심판론’이 힘을 잃은 것이다. 실제로 본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이달 7,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답변이 57.3%로 ‘정부 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32.4%)는 답변을 크게 앞섰다.
반면 숨은 보수층 표심을 상징하는 ‘샤이 보수’의 존재는 미미했다. 총선 기간 공표된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이 고전하자 야권에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았던 ‘5~10%의 숨은 야권 표’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숨은 표의 위력’거의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막판 변수로 꼽혔던 스윙보수(탄핵 국면에서 통합당을 떠난 뒤 복귀하지 않은 보수층)의 결집도 감지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수권세력으로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공식선거운동 막바지 터진 통합당의 막말 사태 등도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결정타가 됐다.
이런 분위기는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도 확인됐다. 121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통합당 후보 당선이 유력한 지역은 20곳 안팎으로 대부분 강남벨트를 비롯해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전통적 강세 지역뿐이었다. 호남에서 민주당이 참패(28석 중 3석 확보)하고 대구에서 통합당이 고전했던 20대 총선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 여야의 텃밭은 다시 공고해졌다. 4년 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옛 국민의당과 같은 ‘제3의 대안 정당’ 없이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1대 1로 결집해 치른 선거의 결과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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