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민심은 달라지지 않은 야당을 심판했다

알림

[사설] 민심은 달라지지 않은 야당을 심판했다

입력
2020.04.16 04:30
27면
0 0
15일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크게 뒤지는 출구조사가 발표된 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이 지도부 및 의원들의 퇴장으로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15일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크게 뒤지는 출구조사가 발표된 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이 지도부 및 의원들의 퇴장으로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15일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총선이 본격화하기 전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이 여당에 악재가 되고 위성정당 파동으로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반전이었다. 1992년 14대 총선 이래 최고치인 66.2%(잠정)의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왔고, 보수 야당 심판으로 귀결됐다. 국민은 대신 코로나 위기를 넘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 주었다. 대통령 임기 중간의 총선은 흔히 정권 중간평가 역할을 해 왔으나 4ㆍ15 총선의 표심은 당면한 감염병과 경제난 극복이 급선무임을 보여 준다.

통합당 코로나 발목잡기, 막말이 패인

대구ㆍ경북 집단감염이 심각했던 3월 중순까지만 해도 미래통합당은 쉽게 총선에서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국난 극복에 힘을 합치는,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국민의 분노와 심판을 자초했다. ‘우한 폐렴’ ‘중국 봉쇄 실패론’에 목청을 높였고 국회에서의 추경 처리, 긴급재난지원금 등 민생 현안에는 발목잡기로 일관, 정책적 대안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얻는 데에 실패했다. 꼼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적법하게 이뤄진 공천에 개입, 번복하는 등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시킨 것도 패배의 원인이다. 막판에는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에 당이 제명에 머뭇거리면서 통합당이 상식적인 견제 세력이나마 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국가적 위기를 맞아 국민은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나누기 등으로 높은 시민의식을 보였지만, 통합당이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4연속 전국 선거 패배로 나타난 것이다.

진영 대립 격화, 지역주의 부활 과제

그러나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정당하지 않게 의석을 얻은 면이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승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거대 양당은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와 반대로 득표율을 초과해 의석을 가져갔다. 군소 정당의 몫을 빼앗은 것이다. 위성정당 대결은 각 진영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도 나타냈다. 코로나 위기도 막지 못한 투표 참여 열기는 분명 높은 시민의식의 증거이나, 진영 대립이 격화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영ㆍ호남 지역에서 통합당ㆍ민주당 쏠림 현상을 보인 것도 보수ㆍ진보 양극화가 심화한 결과다. 20대 총선과 비교해 오히려 지역 구도가 강화된 것은 앞으로 한국 정치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다.

통합당이 이번 패배에서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진정한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코로나 위기를 패배의 핑계로 삼고 대통령 때리기를 계속할 때가 아니다. 국가적 현안이 산적해 있다. 우선 코로나 생활방역으로 전환해 감염 통제와 일상 복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제가 놓여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난은 국가의 역량이 총집중하지 않고선 넘을 수 없다. 소비 진작, 고용 안정, 중소 자영업자와 한계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도산 방지 등 과제가 켜켜이 쌓여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자영업자 대출 신청에서 보인 병목현상 같은 실책이 없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 야당은 이제 태도를 바꿔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국난을 함께 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2년 뒤 대선에서 또다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여권, 독주 말고 야당과 협치해야

코로나 위기와 위성정당 파동에 승리를 빚진 민주당 또한 자만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협치해야 한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보인 오만함으로 인해 다수 국민이 지지를 철회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검찰 장악’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공수처장 추천에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정의당의 현명한 역할을 기대한다. 정권의 검찰 개혁, 검찰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 등이 본격화할 때 총선 전처럼 법무부와 검찰이 벼랑 끝 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재연한다면 또다시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선 여야가 함께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 본다. 사회적 공분이 폭발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 개정 등 본연의 업무인 입법에 힘써야 한다. 국민에게 허탈함을 안긴 선거법 재개정 역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동물국회나 식물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