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출구조사 발표 순간]
비례 합쳐도 현재 110석 미만
황교안 국회 입성도 실패
지도부 공백 등 후유증 클 듯
공천 내홍에 총선 중반부터 흔들
장애인 비하에 세월호 혐오 발언
막판 막말 파동에 분위기 반전 실패
미래통합당이 4년 전 총선에 이어 21대 총선에서도 국민으로부터 ‘경고카드’를 받았다. 당초 문재인 정권의 경제실정과 조국 사태 등으로 이번 총선이 반등의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반대의 결과를 받아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탄핵의 늪’에서도 헤어나오지 못하게 됐다. 황교안 대표가 이날 밤 사퇴하기로 하면서 리더십 공백도 불가피해졌다. 당장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도 순탄치 않은 길이 예상된다.
15일 오후 6시 15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KBSㆍMBCㆍSBS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통합당 지도부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KBS 분석 결과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까지 합쳐도 통합당의 현재 의석수인 112석보다 낮은 107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자 충격에 휩싸인 것이다.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잇따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상황실은 탄식만 흘러 나왔다. 황 대표는 오후 6시 40분쯤“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더 낮은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면서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국민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할지는 자정 정도에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앞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신설 합당 등으로 보수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통합당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선거를 사실상 판가름하는 공천 과정에서도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초반 텃밭 물갈이 등에 공을 들이면서 혁신공천을 이뤄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막판으로 가면서 김 전 위원장과 황 대표가 공천 결과를 놓고 내홍을 겪으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으로 공식선거운동 초반 반짝 분위기를 타는 듯 했던 통합당은 이후 서울 관악갑에 나선 김대호 후보의 장애인 비하 발언과 경기 부천병에 출마했던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막말이 잇따라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전직하했다.
2016년 20대 총선부터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당한 통합당이지만 앞날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당장 선거 책임을 지고 황 대표가 물러났다. 그러나 이를 대체해 혼란의 당을 이끌만한 마땅한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차기 대선을 노린 잠룡급 주자들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당분간 리더십 공백 사태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2022년 대선까지 2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탄핵과의 결별, 보수 혁신, 지도부 구성 등 굵직한 과제만 떠안은 채 당분간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