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구도 속 잠정 집계 66.2%… TK•PK 이례적 전국 평균 상회, 울산 68.6%로 전국 1위 기록
“진보도 투표장에 나왔고, 보수도 투표장에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표 열기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4ㆍ15 총선의 투표율은 66.2%(잠정)로 집계됐다.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며 무당층에서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격화된 진영 대결이 투표율을 끌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정부 4년 차에 실시되는 총선으로 ‘국정 안정’이냐 ‘정권 심판’이냐를 두고 여야 간 세 대결이 격화됐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제3지대 돌풍을 일으키며 민심을 분산시킨 것과 달리 이번엔 굳건한 양강 구도 속에서 치러지며 보수와 진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 모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수 성향 유권자의 투표율 상승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역별 투표율을 보면 보수 진영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ㆍ경북(TK) 지역과 부산ㆍ울산ㆍ경남(PK)의 투표율이 이전보다 매우 높아졌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투표율 54.8%로 최저를 기록했고, 이번 사전 투표에서도 가장 낮은(23.56%) 투표율을 기록했던 대구는 67.0%로 전국 평균을 넘어섰다. 역시 지난 총선에서 투표율 하위권에 머물렀던 경남, 부산, 경북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각각 67.8%, 67.7%, 66.4%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울산은 68.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에서도 강남벨트의 투표율이 서울 지역 평균 투표율(68.1%)을 넘어섰다. 보수가 막판 결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진보 진영의 대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보수 진영의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보 진영의 패배가 예상됐던 18대 총선 당시 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는 졌다며 아예 나오지 않았던 것과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사전투표가 26.69%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도 각 진영의 투표 심리를 자극해 본 투표 유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각 진영이 총동원을 내린 상황에서 무당층 역시 캐스팅보트로서 적극 표를 행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선관위가 12일 발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란 응답은 전체의 79%로, 지난 20대 총선 조사 때의 66.6%보다 12.4%포인트 증가했다.
촛불혁명 이후 ‘정치 효능감’이 커진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것도 정치 의식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공적 영역,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19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바깥 활동을 자제했던 유권자들이 보상심리로 일종의 외유 차원에서 투표장을 찾은 것도 투표율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