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지역구 모두 패배하자 대표직 사퇴… 대선주자 입지 위축
미래통합당의 21대 총선 완패가 유력해지면서 황교안 당대표가 15일 전격적으로 대표 직을 사퇴했다. 황 대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은 서울 종로 선거에서도 이날 오후 11시 현재 16%포인트 이상 밀리고 있다. 당 승리와 본인 선거 승리 중 어떤 것도 이뤄내지 못하면서 총선 선전을 발판 삼아 대선으로 직행하려 했던 정치인 황교안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11시 4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통합당과 종로 선거 모두 패배가 유력해진 시점이었다.
황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만 해도 ‘총선 패배 시 사퇴’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런 그가 그가 총선 당일 밤 전격 사퇴를 발표한 것은 당이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이낙연 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리자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임에도 선거 기간 내내 다른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지 못한 채 종로 선거에만 ‘올인’ 해왔다. 스스로 당에 리스크가 된 측면도 없지 않다. 황 대표는 선거 기간 ‘n번방 호기심’ ‘키 작은 사람’ 등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수도권 선거에 최대 악재로 작용한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도 세월호 유가족 막말 논란이 일었을 때 황 대표가 그를 서둘러 제명 조치 했더라면 수도권 참패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래도 황 대표가 ‘종로대전’에서 이겼더라면 미래는 달랐을 것이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와의 맞대결이었던 만큼 그가 종로에서 승전보를 울리는 것은 1석을 가져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징성을 드러내듯 종로 투표율은 이날 70.6%로 서울 평균(68.1%)을 넘어섰다. 그러나 황 대표는 끝내 열세를 뒤집지 못했다.
대표로서 당의 승리도, 후보로서 자신의 승리도 담보하지 못한 그가 대표직을 계속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사퇴 요구에 직면할 공산이 컸다.
대선주자로서 입지 역시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인 이낙연 후보에게 크게 패한 것은 앞으로 내내 ‘황교안이 보수진영 대선주자가 돼선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외 신분이 되면 존재감을 드러낼 계기를 찾기도 쉽지 않다.
다만 그의 잠재적 라이벌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도 원내 입성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유승민 의원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만큼 황 대표가 통합당 대선 레이스에서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관계자는 “다음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대선주자 대리인 간 경쟁이 될 것”이라며 “황 대표는 자신들의 측근으로 지도부를 구성해 후일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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