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판단ㆍ신속한 의사결정
코로나 치명률 4% 밑으로 유지
“여성 지도자 더 많이 선출해야”

대만, 독일, 뉴질랜드. 언뜻 보면 닮은 구석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세 나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치명률이 4%가 안 되는 방역 모범국가다.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인데,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진두지휘 한 지도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코로나19 사태는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비극인 건 분명하지만, 한편에선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로도 기억될 것 같다.
미국 CNN방송은 15일 코로나19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여성 지도자들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했다. 전 세계에서 여성이 정부를 대표하는 국가는 단 7%. 숫자로는 올해 1월 기준 152개 선출직 국가 정상 중 10명이다. 의회나 기업 의사결정권도 각각 75%, 73%를 남성이 독점하고 있다. 이렇게 극소수인데도 여성 주도의 방역 성공 사례가 많은 건 남성 리더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진단이다.
방송은 과감한 판단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비결로 꼽았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대표적이다. 그의 지휘 아래 대만은 발원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불리함에도 아직 확진자 수(393명)가 400명에 미치지 않는다. 사망자도 6명뿐이다. 차이 총통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인 1월부터 우한발 입국자를 선별 검진하고 마스크 등의 보호장구 증산을 밀어 붙였다. 방역 대책이 국제사회의 호평을 받으면서 대만을 다시 세계보건기구(WHO) 옵저버(참관인)로 인정해야 한다는 우호적 여론까지 조성됐다.
독일과 뉴질랜드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 프랑스 등과 달리 대규모 검사를 처음부터 추진했다. 지금까지 100만명당 1만2,500명 가까이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감염은 13만2,000명까지 늘었으나 사망자(3,495명) 비율은 2.64%에 그쳤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국가 재정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 수입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내린 단호한 결정으로 뉴질랜드의 확진자 수는 현재 1,300명(사망자 9명 포함)에 불과하다.
반면 남성 지도자를 둔 국가가 방역 모범으로 평가 받는 곳은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전면 통제를 배제한 ‘집단 면역’을 정책 방향으로 내세운 스웨덴은 북유럽에서 홀로 사망자(1,033명)가 1,000명을 넘겼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북유럽 국가 중 유일한 남성 지도자다.
물론 성별과 방역 성과의 인과관계를 일반화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에 도달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은 훗날 정치 영역에서 ‘성평등 필요성’을 보여준 국제적 이슈로 삼기에 충분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여성이 리더가 되려면 남성보다 훨씬 높은 기준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정부 리더십 분야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기업문화 컨설팅 업체인 ‘20-퍼스트’의 아비바 위텐버그콕스 최고경영자(CEO)는 13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기고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사례를 토대로) 여성 리더십은 유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더 많은 여성 지도자를 선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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