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때만큼이나 공약집을 꼼꼼히 본 거 같아요. 주로 학교 온라인 수업과 인터넷 사이트로 선거 방법을 익혔어요.”
15일 총선 투표를 시험 공부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다는 경기 장호원고 3학년 장다몬(18)양. 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까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유권자가 된 장양은 “투표를 위해 며칠 전부터 공약뿐만 아니라 바른 선거법과 방역 수칙을 찾아 익혔다”고 했다. 이날 집 근처인 경기 여주에서 무사히 투표를 마친 장양은 “당선되면 돈을 제공하겠다는 등 과장된 약속을 한 후보들은 걸러내고, 경력이나 업적 같은 요소와 실행력을 두루 살펴 뽑았다”면서 투표 인증 사진을 자랑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전국 투표소에는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 18세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18세 유권자가 투표율 상승에 단단히 한 몫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는 학생이 선거에 참여하는 데 대한 ‘교실의 정치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초보 유권자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닌 스스로의 판단을 통해 첫 투표를 마쳤다”며 당당한 목소리를 냈다.
18세 유권자들은 꼼꼼하게 투표를 준비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투표한 청담고 3학년 손지인(18)양은 “평소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덜했는데 투표를 하고 보니 앞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0대 유권자들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손등 도장 대신 투표확인서를 인증하자’며 안전한 투표 독려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10대 초보 유권자들은 한 목소리로 후보들의 ‘실천 가능한 공약’ 제시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선거 및 투표 방법을 배운 루트는 주로 학교 온라인 영상 수업과 공약 자료. 서울 대원고 3학년 전성현(18)군은 “온라인 기사 등을 살펴보니 현실적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내놓은 후보가 예상보다 많아 놀랐다”며 “과장된 공약을 하나 둘 제외시켜가면서 실현 가능한 공약을 가장 많이 제시한 후보를 뽑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보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권을 향한 비판도 숨기지 않았다. 청소년 학생을 위한 약속을 내놓은 후보가 드물고, 학교 안팎의 선거 교육이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경기 의왕시에서 투표한 이창훈(18)군은 “청소년이나 20대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공약보다는 기성세대를 위한 것이 많았다”며 “학생 유권자들의 관심이 큰 교육 현장, 청년 세대 먹거리 등에 대한 부분을 따로 챙겨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손지인양은 “선거뿐만 아니라 정치 제도와 가치 정립에 대한 구체적 수업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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