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유행 속 초유의 투표소 방역]
방역지침 대체로 잘 이행됐으나
곳곳에서 미숙함ㆍ준비부족도 확인
15일 전국 1만4,300여 투표소에서 진행된 제21대 총선은 감염병 유행 속에 치러진 유례 없는 선거였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몰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방역 체계는 비교적 순조롭게 작동했다. 다만 일부 투표장에서는 발열검사, 유권자 사이 간격 유지, 신분 확인 과정에서 미숙한 부분이 적잖게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미리 공개한 방역지침에 따라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고 투표장에 도착한 유권자들은 비접촉식 체온계를 통한 발열검사→손 소독 후 비닐장갑 착용→마스크 내리고 신분확인→유권자 명부 서명→기표 등의 과정을 거쳐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 방역지침은 모든 투표소에 동일하게 적용됐고, 이날 대부분 잘 지켜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부 투표소에서는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 심심찮게 노출됐다.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는 이모(45)씨는 “비접촉식 체온계로 발열검사를 했는데 앞 사람은 27도, 나는 30도가 나왔음에도 재측정 없이 통과돼 투표했다”며 “투표 운영요원이 체온계 작동법을 숙지하지 못한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구로구 주민 박모(33)씨도 “발열검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운영요원들의 안이한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한 투표소에서는 운영요원들끼리 마스크를 벗은 채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된 데다,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유권자 신분확인이 진행됐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경기 용인시 한 초등학교에선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운영요원이 맨손으로 투표용지를 나눠줘 빈축을 샀다.
이 밖에도 비닐장갑 한쪽만 나눠주거나 손소독제가 입구가 아닌 출구에 배치되는 등 방역 준비가 세심하지 않았다는 지적들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대기인원 사이의 거리두기 역시 유권자가 몰린 상황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목격담도 적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한 투표소에서는 오전 8시쯤 운영요원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유권자 수십명이 비좁은 인도에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모든 투표소에서 동일한 지침을 수행하지만 위생용 장갑의 경우 투표소 사정에 따라 지급이 제한됐을 수 있다”면서 “손소독제는 떨어져 교체하는 과정을 목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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