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도 결국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자 아픈 사람들에게나 필요하다던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마스크를 안 하다 걸리면 벌금 26만원을 내야 하고 또 걸리면 3배 이상 더 내야 한다.
15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전날 오후 “지금부터 외출할 때 장소를 불문하고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발표했다. “무증상이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잠재적 감염자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염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가 처음 걸리면 300싱가포르달러(약 26만원), 두 번째 걸리면 1,000싱가포르달러(약 86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2세 미만 유아와 의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처방한 사람은 제외된다.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경우도 예외지만 운동이 끝나면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달 5일부터 동사무소 같은 주민센터에서 재생용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스크 부족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생용 면 마스크가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 주재 한국 대사관은 두 차례에 걸쳐 교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줬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의 석 달간 마스크는 병이 났을 때만 써서 감염 전파를 피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다 확진 환자가 1,000명을 넘어간 다음날인 이달 3일 리셴룽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마스크 착용 권고’ 발표를 했다. 이후 열흘 남짓 만에 감염자 숫자가 3,000명을 훌쩍 넘어서자 결국 14일 마스크 의무화 카드를 꺼냈다. 싱가포르는 공립학교 개학을 강행했다가 2주만에 온라인 재택수업으로 전환한 바 있다.
최근 싱가포르의 코로나19 급증 양상은 지역사회 감염에 따른 것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가 많게는 1만명 넘게 집단 격리된 기숙사 시설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70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도 있다. 이는 싱가포르 전체 감염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숙식하고 화장실과 주방시설을 공유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위생 실태 및 전염에 취약한 생활 환경이 도마에 올랐다. 외국에서 입국한 자국민에게 5성급 호텔을 격리 시설로 제공한 조치와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현재 싱가포르엔 2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인구는 560만명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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