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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뉴구세요?] 손미나에 물었다… 왜 ‘민간 외교관’이 됐죠?

입력
2020.04.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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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멕시코 등 해외 인터뷰서 ‘한국 코로나 방역’ 적극 소개 

 “국뽕이 되기 보다는…필요한 정보 주고자 했다” 

손미나 작가는 이번 스페인 방송과의 인터뷰에 대해 "방송과 허핑턴포스트 편집인 경험, 오랫동안 공부해온 외국어, 해외 인맥 등 내가 가진 것을 적절히 활용해서 쓸모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손앤컴 제공
손미나 작가는 이번 스페인 방송과의 인터뷰에 대해 "방송과 허핑턴포스트 편집인 경험, 오랫동안 공부해온 외국어, 해외 인맥 등 내가 가진 것을 적절히 활용해서 쓸모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손앤컴 제공

요즘 외교관보다 해외에 한국을 더 열심히 알리는 인물이 있습니다. KBS 아나운서 출신 손미나 작가인데요.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국가를 넘나들며 해외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손 작가에 두 번 감탄을 합니다. 유창한 언어능력에 한 번, 그리고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당국자 이상의 깊은 이해에 또 한 번.

손 작가에게 궁금한 게 많아서 추진한 인터뷰.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만나 대면 인터뷰를 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K-방역’의 민간 홍보대사 답지요. 그래서 16일 전화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첫 인터뷰로 스페인을 택한 이유는? 

스페인 방송에 출연한 여행작가 손미나는 우리나라의 확진자 동선 공개와 관련 “개인정보는 일체 유출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캡처
스페인 방송에 출연한 여행작가 손미나는 우리나라의 확진자 동선 공개와 관련 “개인정보는 일체 유출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캡처

손 작가가 화제가 된 건 스페인 방송 출연이었는데요. 지난달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기자인 친구와 만든 유튜브 영상이 계기가 됐습니다. 여러 나라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자는 취지로 제작한 한국의 대응 관련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TV 화상 인터뷰로 이어졌어요.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원 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은 손 작가는 스페인어가 유창하고,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편집인 경험도 있어 현지에서 언론인으로서 신망이 있었거든요.

최근 스페인 언론에서는 인구, 평균 수명, 위도, 날씨 등 한국과 비슷한 조건이 많은데 왜 한국처럼 대응 못하냐는 질문이 쏟아져 나온답니다. “한국의 대응법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는 첫 인터뷰로 스페인을 택했다는데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국가들은 의료적 인프라, 사회적 조건, 국민성이 너무 달라 우리의 정책을 부러워만 할 뿐, 쓸 수가 없어요. 하지만 스페인의 경우 우리의 대응을 현재의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면 보고 따라 할 수는 있겠죠.” 무엇보다 해당 방송은 중남미 국가에도 방영돼 최대한 많은 국가들이 볼 수 있겠다 판단했다는 게 손 작가의 설명입니다.

 국뽕이 되지 않으려 신경 썼다고? 

그는 인터뷰 내용이 흔히 말하는 ‘국뽕’(지나친 애국주의)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 의료적 인프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한정된 시간 필요한 정보만 주려고 노력했다는 건데요. 이 인터뷰를 위해 그는 여러 나라의 뉴스와 신문을 꼼꼼하게 챙겨 봤고, 세계 각지의 기자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기까지 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우리의 시민의식을 언급한다면 약 올리는 것밖에는 안 돼요. 스페인은 물리적으로 마스크 수급이 안 돼서 의료진 감염률도 높거든요. 없어서 못 쓰는데 마스크 잘 쓴다고 자랑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봤어요. 사전조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정리했죠.”

스페인 방송 이후 멕시코, 페루 등 여러 나라에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손 작가가 가장 집중한 것은 확진자 동선 공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었는데요. 한국은 거리마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국민을 감시하고,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사진ㆍ이름ㆍ주소 등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노출한다는 가짜뉴스였지요.

손 작가는“민간 차원에서 전해야 할 내용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을 때 우리 국민이 제일 억울해 하는 것이 개인정보 유출 오해더라”며 “많은 분들이 ‘오해를 풀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내 능력으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한 것이 큰 의미가 있고 보람찼다”고 전했습니다.

손 작가는 최근 유럽의 상황도 전했는데요.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에도 우리나라처럼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손 작가는 특히 “볼에 입맞춤을 하거나 안으며 인사하고 정을 나누는 문화인데, 신체접촉이 금지되면서 외로움과 삭막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15일 기준 사망자 수 1만 8000여명을 넘은 스페인은 강도 높은 외출금지 정책으로 애완견 산책만 허용되면서, 옆집에서 애완견을 빌리거나 대걸레를 애완견처럼 꾸며서 바깥에 나가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해요.

 잘 나가던 아나운서가 왜 여행작가를? 

손미나 작가는 “누구나 내가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계속 찾고 고민해야 한다”며 “나는 세상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손앤컴 제공
손미나 작가는 “누구나 내가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계속 찾고 고민해야 한다”며 “나는 세상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손앤컴 제공

손 작가는 최근 코로나19 관련 해외 인터뷰를 모두 중단했습니다. 민간 차원의 외교 활동은 충분히 했고, 한국의 정책과 관련해 외교적 성과를 내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아요. ‘방역 외교’는 정부 정책이나 국민 정서와도 연결돼 있어 민감한 부분이 많잖아요. 제가 방역 전문가도 아니고, 홍보하듯 활동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아요.” 지금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를 준비 중이에요.

예전엔 그야말로 잘나가는 아나운서였습니다. 1997년 KBS에 입사해 ‘도전 골든벨’ ‘가족 오락관’ 등 유명 프로그램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죠. 스페인과의 인연은 아버지의 추천으로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면서 시작됐어요. 그러다 2004년 휴직하고 스페인에서 언론학 석사 과정을 밟은 후 경험담을 담은 책 ‘스페인, 너는 자유다’(2006)를 펴냈죠. 이후 세상을 보는 눈이 트였습니다. 다음해 손 작가는 사표를 냈어요.

“입사할 때 활동적인 삶을 꿈꿨는데, 알고 보니 방송국은 전통적이고 변화에 인색했죠. 한 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공부했던 외국어 실력을 썩히는 것도 아까웠어요. 전 세계와 연결되는 시대잖아요. 세상에서 여러 경험을 쌓고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이번 해외 인터뷰가 그에겐 더욱 의미 있었다고 해요. 자신이 추구하는 활동의 목적과 맞아떨어졌거든요.

 변신은 이제 시작이라고? 

‘세계와의 소통’이라는 취지에 맞춰 앞으로 선보일 아이디어도 넘쳐납니다. 책 출간 이후 그는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활용해 중남미 국가에 있는 K컬처 팬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영상을 통해 전세계에 있는 여러 외국인 친구들과 한국인의 만남도 주선합니다. 독일 셰프가 한국인을 위해 화상으로 실시간 요리 강습을 해주는 식이지요.

듣다 보니 헷갈립니다. 그래서 손 작가는 방송이 하고 싶은 걸까요, 강의를 하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글을 쓰고 싶은 걸까요. 손 작가는 활동하는 데 특정한 직함이나 영역 구분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가치 있는 꽃을 품고 있는 씨앗이죠. 그걸 어떻게 발견해서 피우느냐가 중요해요. 내 안에 쓸모 있는 것을 꺼내서 사람들과 나누고, 세상에서 배운 것을 전하고,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것. 그런 역할을 계속 찾아서 하지 않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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