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안진회계법인 고발 이유는
“시점 따라 평가치 크게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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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재무적투자자(FI)들의 주식 재매입 요구권(풋옵션) 행사와 관련, 매입 가격에 해당하는 공정시장가격(FMV)을 산출한 안진회계법인을 최근 미국과 한국 수사기관에 차례로 고발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교보생명 측은 주가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는 입장인데, 풋옵션 행사 시점보다 약 4개월 앞선 시점에서 가격이 평가된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에 투자한 FI 네 곳은 2018년 10월 23일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안진회계법인에 기업 가치평가를 의뢰했다. 안진이 산출한 교보생명의 FMV는 주당 40만9,000원이었다. 이는 시장에서 평가했던 20만원대 매입가와 차이가 크다.
당시 안진은 FMV 산출을 위해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유사기업이용법을 활용했다. 유사기업이용법이란 주로 비상장기업이 상장할 때 적정주가를 책정하기 위해 적용하는 방법이다. 비슷한 업종에서 이미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이 순자산ㆍ순이익 대비 몇 배인지를 반영해 FMV를 산출한다. 당시 교보생명의 FMV 산출을 위해서도 삼성생명,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가 유사기업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평가 시점을 2018년 2분기 말로 설정한 게 문제였다. 각 회사의 3분기 결산 실적이 당시 공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안진 측의 설명이다. 유사기업의 주가도 2분기 말인 6월 30일을 기준으로 직전 1년간의 평균치를 활용했다.
당시 주요 생명보험사의 주가는 2017년 말부터 하락세였다. 교보생명 입장에선 풋옵션 행사 시점인 10월보다 4개월 앞선 6월말을 기준으로 적정주가를 도출한 것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실제 2018년 6월 말 기준으로 산출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순자산 대비 주가 비율(PBR)은 각각 0.8배, 0.7배였지만 10월 23일 주가로 산출하면 각각 0.6배, 0.4배로 크게 낮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에 의해 강제성이 부여될 수도 있는 풋옵션 행사가격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에, 행사 시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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