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첫 31번 환자는 투병 60일에 근접… “초기 슈퍼전파자 지목 심적부담 컸을 것”
상태 호전돼 검체 검사했지만 ‘양성’…의료진 “끝까지 최선 다할 것”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최고령 환자인 104세 할머니가 젊은 사람도 견디기 힘든 병마에 꿋꿋이 맞서고 있다. 또 대구 첫 확진자이자 국내 31번째 환자는 60일에 가깝게 투병중이다.
14일 경북도립 포항의료원에 따르면 104세 최모 할머니는 지난달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해 이날까지 36일째 치료를 받고 있다. 최 할머니는 폐렴 증상이 거의 없고 염증 수치도 정상 범위 안으로 떨어져 지난 13일 검체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양성 판정이 나와 치료 중이다.
최 할머니는 고령으로 다리 힘이 약해 혼자 다닐 수 없고 천식이 있어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특수병동 내 음압격리병실에 입원 중이다. 코로나19로 포항의료원에 이송되기 전에는 경북 경산시 서린요양원에서 7년8개월간 생활했고, 이곳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들은 2시간 간격으로 최 할머니의 상태를 살핀다. 이들은 매 끼니 식사와 간식까지 살뜰히 챙기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새벽에도 여러 번 몸을 돌려 눕힌다. 할머니가 스스로 화장실을 갈 수 없다 보니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도 의료진의 몫이다.
최 할머니는 청력이 좋지 않아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데도 의료진이 병상을 찾을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입원 초기에는 열이 38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염증 수치도 높았지만 현재는 폐렴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연세가 많은데도 식사를 잘하고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며 “젊은 사람도 견디기 힘든 병을 잘 이겨내고 있어 의료진도 힘을 내 치료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8일 대구 첫 확진자이자 국내 31번째 환자는 대구의료원 음압격리병상에서 57일째 치료 중이다. 그는 국내 확진자 가운데 가장 오래 입원한 경우다.
대구의료원 등에 따르면 31번 환자는 집중치료에도 여전히 기침과 가래, 발열 등 경증 수준의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통상 완치까지 평균 14.7일이 걸린다. 각종 외국 문헌이나 논문, 외국 사례 등에서도 경증 환자는 2주 이내 증상이 사라지고 치료가 된다. 때문에 일부에선 31번 환자가 초기 ‘슈퍼전파자’로 지목되며 큰 관심을 받아 심적으로 부담을 느껴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5년 국내에서 유행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마지막 환자가 6개월 가까이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구 지역 코로나19 환자 절반 이상이 30일 이상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환자 상태가 호전돼도 증상이 없어야 검사를 하는데 31번 환자는 아직 증상이 있다”며 “임상적으로 상태가 호전된 환자라도 진단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음성이 나올 때까지 입원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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