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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생각에 직장 숨깁니다” 코로나 사투 벌이는 의료진들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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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생각에 직장 숨깁니다” 코로나 사투 벌이는 의료진들의 고백

입력
2020.04.14 17:30
수정
2020.04.14 19: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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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우려 시선에 트라우마 생겨도

의료진 심리지원 체계 미비

지난달 8일 서울의 한 신종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이 119구급차로 이송된 대구ㆍ경북 지역 확진자를 병원 안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서울의 한 신종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이 119구급차로 이송된 대구ㆍ경북 지역 확진자를 병원 안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혹시 피해가 갈까 봐 철저히 숨기고 있어요.”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최근 어린이집 긴급돌봄에 자녀를 맡기면서 “직접 접촉 부서는 아니다”라고 둘러대야 했다. 심지어 아이 역시 엄마는 환자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줄 안다. 해당 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이라 감염을 우려하는 주변인들을 의식해서다. A씨는 “매일 환자를 돌보지만 우리 애가 따돌림을 당하는 게 걱정돼 어쩔 수 없이 양심을 속였다”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에 맞서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이 병원 밖의 차가운 시선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일등공신이란 찬사를 들어도 막상 이들의 부모와 형제, 자녀들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의료진의 가족이란 이유로 차별에 시달린다.

14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서울의 한 신종 코로나 전담병원 행정직원 B씨는 두 살배기 아이의 예방 접종을 위해 인근 산부인과를 방문했지만 진료를 거부당했다. 다른 전담병원 직원 C씨의 아버지는 다니던 재활전문병원에서 문전박대를 당해 발걸음을 돌렸다. 대학원에 다니는 한 간호사의 경우 실습에 참여하지 말라는 학교 측 지시에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모두 전담병원에서 일하거나 자녀가 전담병원 의료진이란 게 이유였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코로나 전담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은 억울한 사례들을 보건의료노조에 쏟아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 사회적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 사회적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끝나지 않는 신종 코로나 대응에 무력감과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가족 걱정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 의료진들이지만 심리지원 매뉴얼 같은 건 아직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인 간호사들의 ‘태움문화’, ‘병원 내 환자들의 폭언, 폭행’에 따른 심리지원체계는 마련돼 있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의료진 가족이 받는 차별은 전혀 다른 유형의 감정노동이다.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환자에게 폭언을 들으면 자존감이 하락하지만 가족이 피해를 받으면 우울감과 불안감이 상승하는 트라우마가 나타난다”면서 “재난상황에 급작스레 지정한 전담병원 의료진들을 위한 심리치료 체계가 없어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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