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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폐기하는 농가는 한숨 짓는데, 왜 서울 마트에선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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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폐기하는 농가는 한숨 짓는데, 왜 서울 마트에선 비쌀까?

입력
2020.04.14 17:33
수정
2020.04.14 21:3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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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생산에 코로나19 악재 역대급 손실

가격폭락 감자는 작년 ‘저장감자’, 대형마트에 나오는 건 햇감자

1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우두동에서 시민들이 한 농가가 내다 놓은 감자를 주워가고 있다. 해당 농가는 지난해 풍작으로 저장 감자 가격이 떨어지고 학교 급식 중단 등으로 납품 경로가 줄어들자 감자를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우두동에서 시민들이 한 농가가 내다 놓은 감자를 주워가고 있다. 해당 농가는 지난해 풍작으로 저장 감자 가격이 떨어지고 학교 급식 중단 등으로 납품 경로가 줄어들자 감자를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쯤 되니 풍년이 반갑지 않습니다.”

30년째 강원 춘천시 서면에서 1.5㏊ 규모로 감자농사를 짓는 홍모(55)씨는 요즘 한숨이 깊어졌다. 지난해 ‘자식 같이’ 기른 감자 30톤을 폐기해야 해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예년보다 수확량이 늘어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당과 급식, 휴게소 납품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저장 감자가 상품성을 잃은 탓이다. 감자 수확과정과 저장고 관리비용까지 감안하면 손실액은 4,000만원에 이른다.

홍씨는 “싹을 제거해 팔아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1인당 하루 8만원의 품삯을 생각하면 이쯤에서 폐기하는 편이 낫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춘천 서면 감자 작목반원들도 “올해 손실이 역대급”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14일부터 사흘간 애써 수확한 감자 20톤을 폐기할 계획이다. 한 농민은 “차라리 3.3㎡당 2,000~3,000원이라도 받을 수 있는 밭떼기 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가격 폭락을 부른 첫 번째 원인은 과잉생산 때문이다.

농협 강원지역본부가 집계한 지난해 감자 수확량은 13만 8,000톤으로 전년(8만 4,000톤)보다 5만톤 이상 많았다. 최종태 강원도 농업기술원장은 “태풍이나 호우 피해, 기상이변 등이 심각하지 않아 당초 예상보다 생산량이 증가한 데다 코로나19 악재로 외식이 줄고, 초중고교 개학이 미뤄져 저장감자가 갈 곳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14일 오전 강원 춘천시 우두동의 한 감자밭을 찾은 주민들이 쓸만한 감자를 주워담고 있다. 박은성 기자
14일 오전 강원 춘천시 우두동의 한 감자밭을 찾은 주민들이 쓸만한 감자를 주워담고 있다. 박은성 기자

급기야 지난 13일 오후 춘천 우두동의 한 농가가 출하를 포기한 감자 1톤 가량을 길가에 쌓아두는 일까지 벌어졌다.

저온저장고에서 꺼낸 감자를 주민들이 공짜로 주워 가도록 한 것이다. 농가에선 “푼돈이라도 손에 쥐려면 20㎏ 한 상자에 적어도 1만 8,000원 이상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팔수록 손해가 불 보듯 뻔하다”고 감자를 방출한 이유를 설명했다.

더구나 이달 들어 남부지방에서 햇감자가 나오기 시작해 강원지역 농가는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풍년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애지중지 키운 감자를 땅에 쏟아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농협 강원지역본부 연합사업단 관계자는 “감자 농가에 선급금을 지원하는 기존 정책을 넘어 계약재배를 더욱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원도와 함께 검토 중”이라며 “가격 안정을 위해 올해 고랭지 감자부터 수급 조절제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대형마트에서 감자 상품 한 상자(20㎏)에 7~8만원까지 판매돼 소비자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가격이 폭락한 춘천 등지 저장감자와 시중 마트에서 판매되는 햇감자의 상품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6~7월 수확해 저장해뒀다가 겨울철 출하하는 저장감자는 대형마트 등 소매 유통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전국 식당이나 학교, 기업 단체 급식 자재로 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반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지에서 유통되는 감자는 올해 수확한 ‘햇감자’다. 지난해 수확한 저장 감자가 20㎏ 한 상자에 최소 5,000원대라면, 산지에서 소비자 식탁에 바로 오른 햇감자는 5만원~10만원대로 비싼 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현지 농가와 90% 이상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햇감자만 취급한다”며 “저장감자를 들여와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햇감자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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