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
“감염되면 나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잘못하면 공항이 문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공항 종사자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사명감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견딘 공항 종사자들의 희생 덕분에 가능했다고 본다.”
구본환(60)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90일 가까이 공항 상주직원 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89일째 코로나19 대응체계를 24시간 가동 중이다.
구 사장은 지난 6일 인천공항공사 청사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피로도가 많이 증가해 공항 종사자가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며 “다행인 것은 공항근무자 7만7,000여명 중에 코로나19 환자가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한국의 국제관문인 인천공항이 위험할 것이란 인식이 있다. 공항은 안전한가.
“공항 리무진버스를 탈 때부터 발열 검사를 한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탑승 전까지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계로 3차례 더 검사를 한다. 4중으로 하는 것인데, 그 이유는 한국이 철저하게 검사를 하고 있으니 입국을 금지하지 말라고 다른 나라에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달 3, 4일 한국에 주재 중인 40여개국의 외교사절단을 비롯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공항에 와서 참관도 했는데, 그 때문인지 몰라도 미국은 한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고 있다. 보안구역인 에어사이드뿐 아니라 누구나 오갈 수 있는 랜드사이드에서도 안전하게 식사를 하고 마중과 배웅을 할 수 있도록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손 소독제도 체크인 카운터와 화장실 등 손이 닿는 곳마다 가져다 놨다.”
_7만명이 넘는 공항 상주직원 가운데 코로나19 환자가 ‘0’이다. 한국형 시스템, 이른바 ‘K방역’과 함께 인천공항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공항공사와 협력사, 면세점 직원 등 모든 사람은 사무실에 들어올 때 발열 검사를 받고 손 소독제로 손을 닦아야 한다. 자체적으로 코로나19 안전수칙 등 교육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공항이 부분 폐쇄할 수 밖에 없다. 다들 긴장하게 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다. 사명감으로 힘들어도 참고 견디고 있다. 그런 노력을 토대로 지난달 5일 코로나19 프리 에어포트(Free Airport) 선언을 했다. 촘촘한 방역체계를 구축해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운 공항을 구현한다는 계획을 전세계 공항과 민항사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2월 미국 ABC방송에서 공항 환경미화원들이 무빙워크 손잡이 등을 열심히 닦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은 모든 것을 닦는다’고 보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_지난달 26일 공기업 최초로 비상경영 선언을 했다.
“일일 18만명에서 20만명에 이르던 승객수가 지난달 24일 9,000명까지 떨어지면서 비상운영에 돌입했다. 일일 승객이 7,000~1만2,000명이면 1단계로 공항 기능을 축소하고 승객수에 따라 2단계, 3단계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1단계 비상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출ㆍ입국장과 수하물 시설, 셔틀트레인 등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상업시설을 위해 최대 6개월간 1,400억원 규모의 임대료 감면 방안도 마련했다. 상업시설 종사자 1만2,000명의 고용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휴 인력은 가동하지 않는 시설과 고객 안전ㆍ서비스를 점검하는 일에 전환배치했다.”
_신종코로나 사태로 하반기에도 국제적 이동이 늘지 않을 수 있다. 위기의 장기화 전망이 나오는데.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라서 중국, 중동에 집중됐던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때처럼 V자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V자와 L자 중간 정도 반등이 이뤄질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 때를 보면 확진자가 최고점을 찍고 한달 후에 수요가 바닥을 쳤는데, 미국 등 다른 나라 영향을 고려하면 그 시기가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화된 해운과 달리 항공은 양자간 관계로, 국적항공사가 없으면 국제 항공계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없다. 코로나19처럼 비상시에도 교민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보내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다. 국적사와 지상조업사 등 항공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자 기간산업이다. 넘어지는 순간 복구에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숙련된 정비사와 조종사를 만드는 데만도 몇 십 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물러가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9ㆍ11 당시 미국도 돈을 풀어 국적사를 지원했다. 공항산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이 무너지면 공항이 텅텅 빈다. 같은 배를 탔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
_코로나19 사태 이후 공항 역할과 기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공항간에 승객 유치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저점을 통과할 때 준비하면 늦다. 승객을 유치하는 항공사와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350억원을 준비했고 필요하다면 2, 3배 더 투입할 것이다. 중동 국가들이 유럽행 승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호텔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도 비슷한 마케팅을 할 수 있다. 공항 주변을 신성장지역으로 만드는 공항 경제권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공 대중화 시대에 공항은 생산과 교역, 투자 거점이 되고 있다. 과거 목표는 세계 선도 공항이었으나 이제는 관광, 물류 등 가치를 창조하는 공항이 되고자 한다. 또 한 축은 해외진출이다. 이미 쿠웨이트, 터키에 진출을 했고 싱가포르와 인접한 인도네시아 바탐공항, 베트남 호찌민 롱탄신공항 개발과 위탁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인천공항에 ‘K컬처’를 심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민자를 유치해 인근 유수지 2곳을 개발, 명소로 만들고 6만평 규모의 장기주차장을 지하화한 후 그 자리에 문화예술을 결합한 관광ㆍ쇼핑복합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곳에 항공사 본사를 유치할 계획으로, 이미 오겠다고 한 LCC(저비용항공사)도 있다.”
대담=박석원 지역사회부장
정리=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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