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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심 밴드’가 인권침해가 아닌 이유

입력
2020.04.1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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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신중한 논의 끝에 무단이탈·전화불응 등 지침을 위반한 자가격리자에 한해서 전자손목밴드를 착용하게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신중한 논의 끝에 무단이탈·전화불응 등 지침을 위반한 자가격리자에 한해서 전자손목밴드를 착용하게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확산이 지난주부터 상당히 완만해지는 추세다.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생활방역이 가능한 수준인 30명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다. 반가운 신호다.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감염병 대응체계에 대한 세계 각국의 평가가 감염병으로 힘든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이 다소 개선되었다고 하여 경계 태세를 느슨하게 할 수는 없다. 해외 유입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 감염도 계속되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감염이 재확산될 경우, 유럽이나 미국에서 겪고 있는 급속한 감염병 확산세가 우리에게 다시 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의료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늘어나는 자가격리 위반자는 그래서 걱정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자가격리 위반자만 200여명에 달한다.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어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일탈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우리 방역 당국은 자가격리 위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안심 밴드’의 도입을 결정하였다. 다만 모든 자가격리 대상이 아닌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사람에 한하여 본인의 동의를 얻어 착용시키기로 하였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안심 밴드’ 착용이 실질적으로 전자감독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언론, 인권단체 등의 우려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안심 밴드’는 손목에 차는 전자장치라는 점에서 기존 전자감독과 유사해 보이기 때문에 인권침해 논란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자감독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성범죄자와 같은 강력범죄자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성폭력사범에 대한 특단의 재범방지 대책으로 도입된 전자감독 제도는 그 적용 대상이 살인ㆍ강도ㆍ미성년자유괴 등 기타 강력사범까지 점차 확대되면서 부정적인 인식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서 전자감독을 도입한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형사사법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인신 구금을 최소화하는 인권 친화적 수단으로 전자감독을 인식하고 있다. 얼마 전 캐나다에 연금된 중국 ‘화웨이’ 부회장이 발목에 부착된 전자감독 장치를 당당히 드러낸 상태로 법원에 출석하는 장면은 전자감독에 대한 우리와 다른 시선을 잘 보여 준다.

사실 우리 전자감독 제도가 인권침해적 제재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만약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에게 전자감독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그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도소 등 구금시설에 영원히 가두어 두는 것이다. 이는 거주ㆍ이동의 자유를 허용하는 전자감독보다 훨씬 더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전자감독이 갖는 자유회복적 측면에 주목하여 우리도 외국처럼 각종 인신구금을 줄이기 위해 전자감독을 활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8월부터 구속 피의자와 피고인에 대한 ‘전자 보석’과 가석방 출소자에 대한 전자감독도 본격 실시될 예정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전자감독을 통해 인권보호 수준을 높이고 국가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방역당국이 도입하는 ‘안심 밴드’는 휴대전화와 연동하여 자가격리 의무를 준수하는지 여부만을 확인하는 보조수단이다. 따라서 이는 성범죄자 등 강력범죄자에게 부착하여 24시간 위치를 추적하는 현행 전자감독과 성격이 다르고 인권을 침해할 소지도 거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인권과 자유를 가급적 보장하면서 발전하는 IT기술을 활용하여 방역과 행정인력의 소모를 줄이는 ‘안심 밴드’를 적극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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