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을 맞아 제주 중산간 지역 깊은 숲이나 무성한 수풀 사이에 자라는 고사리를 채취하려는 도민과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길 잃음 사고도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8시쯤 서귀포시 대천동 사거리 주변에서 전날 실종된 A(7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지병이 있던 A씨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백약이오름 주변으로 고사리를 채취하러 집을 나간 이후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다.
지난 1일에도 고사리 채취에 나섰다가 길을 잃은 B(76ㆍ여)씨가 실종 하루 만에 발견됐다. 이 여성은 전날 오전 6시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대천교차로 인근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다 길을 잃었다. 결국 이날 밤늦게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과 소방 등이 합동수색을 펼쳐 다음날 오전 10시25분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사려니목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매년 4~5월 고사리 채취철이 되면 길 잃음 안전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도내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는 모두 511건으로, 이 중 4~5월에 53.6%인 274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고사리 등 산나물을 꺾다 길을 잃은 경우가 209건(40.9%)으로 가장 많았고 올레ㆍ둘레길 탐방 43건(8.4%), 오름 등반 41건(8%) 순이었다.
이 때문에 제주소방본부는 지난달 27일 고사리 채취철을 맞아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길 잃음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 고사리는 예로부터 ‘귈채’라 불리며 임금에게 진상을 올릴 정도로 쫄깃하고 뛰어난 맛과 향기를 자랑한다. 고사리는 삶고 말리면 그 양이 1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제주산 건조 고사리는 소매가로 100g당 1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이 때문에 많은 도민들이 인적이 드문 깊은 숲 속까지 들어가 고사리를 채취하다 길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제주소방본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사리축제 등 봄철 정기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지만, 개별적인 고사리 채취와 올레길 탐방 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길 잃음 사고에 대비하려면 반드시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폰과 호각 등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장비를 휴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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