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y] 코로나로 잊혀진 ‘1회용품 줄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면서 투표하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모든 유권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체온을 재고, 손 세정제로 손을 닦아야 하는데요.
바뀐 방식 가운데 환경단체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본인확인을 하기 전 1인당 2장씩 나눠주는 일회용 비닐장갑입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최근 자료를 내고 “4,400만명 모든 유권자가 투표한다고 가정하면 일회용 위생장갑 총 8,800만장 사용된다”며 “이는 63빌딩 7개 높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투표율이 100%가 나오기는 어려울 겁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58%였는데요. 이 기준을 적용하면 비닐장갑 5,100여만장이 사용됩니다. 투표율이 높아진다면 그만큼 비닐장갑도 늘어나겠죠.
그래서 개인장갑을 끼라고?
자원순환사회연대는 비닐장갑 대신 개인장갑을 가지고 투표소로 가자고 제안했는데요. 자원순환연대 이외에 다른 환경단체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인장갑 사용을 독려하는 내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단 몇 분 사용하기 위해 버려지는 비닐장갑은 자원낭비와 쓰레기 처리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투표소에서 개인 장갑보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밝혔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2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투표 시 재사용 가능한 개인 장갑을 써도 되느냐’는 질문에 “먼저 손 소독을 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일회용 비닐장갑을 쓰는 게 훨씬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는데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그 정도는 허용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일회용컵 안 쓰기 공든 탑도 무너지는 거 아냐?
코로나19가 가져온 환경의 ‘역주행’은 비닐장갑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해 지난 2월 24일부터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건데요. 그러면서 커피전문점 내에서도 이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용 텀블러를 사용하고 싶어도 직원의 안전 상 매장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지요.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지난 2018년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중단했고 실제 일회용 컵 사용 감소로 이어졌는데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어렵게 쌓은 친환경 공든탑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배달이 늘어난 것도 환경엔 역주행 아냐?
맞아요.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권장 속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등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일회용품과 재활용품 사용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1조 9,6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5% 늘었습니다. 또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 2월 택배 물량이 2억 4,255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증가했다고 발표했죠. 배달음식 주문이 대폭 늘어난 것은 굳이 통계가 아니라도 체감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다 보니 환경부는 지난 8일 택배업체들과 자발적 협약을 맺으면서 고육지책을 내놨습니다. 업체들이 주문을 받을 때나 택배를 발송할 때 소비자에게 보내는 문자에 종이상자 분리배출 안내 방안을 추가해 발송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코로나 지키는 마스크는 어떤데?
마지막으로 살펴볼 일회용품은 바로 마스크입니다. 실제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스크가 쓰레기가 돼 바다로 몰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시아지역 해양환경 보호단체 오션스아시아는 SNS를 통해 바다로 떠밀려오는 마스크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5개월 동안 이곳 해변에서 환경감시 활동을 한 이 단체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에는 쓰레기 중 마스크는 많지 않았는데 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환경문제 전문가들은 위생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 등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회용품 저감 대책을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시민들의 위생과 안전에 대한 기준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일회용품은 줄여야 하므로 기존에 해왔던 정책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합니다. ‘제2의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안전과 생명을 지키면서 환경도 지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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