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워크 스루’ 총괄책임… 검체 채취 고생하는 의료진 용기 북돋아
“신종 코로나 진짜 영웅은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하고 있는 국민과 의료진”
대구 토박이인 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대구에서 폭증한 것은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었다. 과거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지역 곳곳에서 환자들이 속출하던 2월말, 회사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대구 선별진료소 희망봉사를 모집하자 그는 좌고우면 없이 손을 들었다. 권봉기(47) 건보공단 대구ㆍ경북지역본부 요양지원부 과장 이야기다. 그는 “사회복지사 경험 탓인지 현장으로 달려가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권 과장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대구시청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후 2일부터 대구 달서구에 마련된 ‘도보 이동형 선별진료소(워크 스루)’에서 총괄책임자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 교회에서의 집단감염으로 대구에서 확진환자가 속출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자원봉사를 시작한 날은 정부가 신천지 교인들에게 신종 코로나 검사를 지시한 날이었다”며 “3월 한달 동안 달서구 선별진료소에서 4,600건 정도 검사를 실시했는데 초반 열흘 동안 2,000건 이상 검사가 몰려 검체 채취를 담당한 의료진과 진행요원들의 고생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폭증하는 환자에 지쳐가는 현장 의료진과 진행요원들이 두 눈에 밟혔다. 그는 고심하다 이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응원 현수막’을 고안했다. 권 과장은 봉사활동 기간 중 건보공단에서 자원봉사를 나온 직원들과 함께 사비를 모아 ‘당신의 노고와 헌신에 대구의 봄이 옵니다’라는 감사 현수막을 제작하는 등 봉사자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었다. 현수막에는 현장에서 봉사하는 의사와 의료진, 군인 40여명의 이름을 모두 새겨 넣었다. 봉사자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동료애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보름여 봉사활동이 끝나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그에게 ‘현장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권 과장은 자가격리를 마친 지난달 25일 다시 대구현장으로 내려가 지난 5일까지 다시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이런 노력과 헌신을 인정받아 청와대는 지난 10일 권 과장을 ‘코로나19 숨어있는 우리들의 영웅 1번’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그는 손사래 쳤다. 진짜 영웅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국민과 의료현장에서 확진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의료진들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권 과장은 “확진 환자들이 병원비 걱정 없이 진단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밑받침이 된 건강보험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대구ㆍ경북, 인천공항, 건보공단 제천 인재개발원 등 신종 코로나 현장에서 수고하고 있는 공단 직원들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대신해 제가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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