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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 인격의 하한선

입력
2020.04.14 18:00
수정
2020.04.17 11: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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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차명진 후보 제명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뉴스1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차명진 후보 제명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뉴스1

미래통합당이 차명진 후보 제명을 놓고 헛발질을 한 이유는 표 계산이 똑 떨어지지 않아서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고 보는 통합당 극렬 지지층은 차명진의 막말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제명 소식에 맹렬히 항의한 이들이다. 고정 지지표마저 잃을까 두려웠던 통합당은 ‘탈당 권유’로 물러섰다가, 막말 폭주에 중도 보수표 이탈이 확실해지고 나서야 제명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절차를 지키지 않아, 법원의 제명 효력 정지라는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 자식 잃은 유가족을 모욕한 그 말은 막말, 독설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내다 버린 패륜이다. 정적이나 강자를 공격하는 것은 독설이지만 피해자나 약자에 대한 공격은 혐오이고 범죄다. 통합당은 애초 차명진 민경욱 등 막말 후보를 버젓이 공천하고 징계를 머뭇거려 혐오 정치를 조장했다. 표만 되면 패륜이든 몰상식이든 상관 않는 한국 정치의 비극적 현실이다. 선거 승리가 지상 목표인 정치인은 종종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못 본 체 지나친다.

□ 다수 국민의 상식적 기준과 극단적 지지층의 기대 사이의 괴리가 심각했던 곳은 민주당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강력한 팬덤 정당인 민주당은 지난해 조국 사태 때부터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금태섭 의원 공천 탈락, 위성정당 창당까지 열혈 지지층에 부응했다. 그 사이 상식적 중도 표가 민주당을 떠나 부유했다. 통합당이 흡수할 수 있었지만 기회를 찼다. 그나마 총선 기간에는 조 전 장관이나 열린민주당을 껴안아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게 민주당의 차별성이다.

□ 정치인에게 타협 못할 일이 없다고 해서 지켜야 할 법도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모욕하거나, 피해자 약자 소수자를 조롱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세상엔 이런 일들이 늘 있지만 정치인과 정당이 이를 공식화하고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우리 공동체가 이 정도는 넘어야 한다’고 할 최소한의 기준선을 정치가 끌어내리는 꼴이다. 상식을 배반하면 끝내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기억하길 바란다. 하한선 아래의 인물은 걸러내야 마땅하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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