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 대응에 유독 관심 많은 언론
인위적 조작 등 음모론에 집착 오독 우려
자화자찬보다 국내 폭증 가능성 대비를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이 싸움은 국가 간 정책을 비교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흥미로운 연구과제이다. 같은 바이러스에 각국이 다른 대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왜 각국의 싸움 양상이 다를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여러 나라를 들여다보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본의 코로나19 현황에 대해 우리 언론과 독자들이 유독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도 일본에 관심을 갖지만, 보도량이나 열독율에서 우리만큼 관심을 보이는 나라가 없어 보인다. 각종 포털에 매일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기사들이 초기 화면에 배치되고, 조회 수도 많다. 대개 일본 상황이 악화되었다거나 일본 정부가 뭔가 실책을 저질렀다는 제목들이다. 최근 일본 확진자가 증가 양상을 보이면서, 이런 보도는 더 늘었다.
이웃나라의 대응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다. 옆 나라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언론의 관심은 자칫 오독의 위험이 엿보인다. 일본만 쳐다보기 때문이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는다 해도 우선 국제 비교를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가장 많은 오해가 소위 음모론이다. 실은 일본 상황이 심각한데,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위해 PCR검사 숫자를 인위적으로 줄여 실상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3월 24일 올림픽 연기 후 검사 건수는 폭증했어야 했다.
그러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이 구축한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 사이트에 따르면, 폭증은 없다. 예를 들어 4월 10일 기준 검사 건수는 미국이 약 15만, 이탈리아 약 5만, 영국 1만3,000, 캐나다 1만, 한국과 호주 각각 8,000여건인데, 일본은 약 3,600건에 불과하다. 일본 경제잡지 ‘동양경제(東洋経済)’사가 구축한 통계 사이트를 봐도 유사한 양상이 관찰된다. 올림픽 연기후에도 일본은 여전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검사를 적게 하고 있다.
확진자 숫자는 어떨까? 최근 일본 확진자가 증가했지만, 국가 간 비교를 보면 많다 하기 어렵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4월 10일 기준, 미국이 약 3만4,000,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각각 4,300 내외, 캐나다 1,500, 네덜란드 1,200인데 비해, 일본은 410건이다. 더욱이 일본 확진자 증가는 도쿄, 오사카 등 일부 지역 감염 증가에 기인한 바 컸으나 최근 이들 지역도 전국 평균으로 수렴하면서 전국적으로 다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은폐론에 무게를 두는 사람은 검사나 확진자 숫자를 일본 정부가 여전히 숨긴다고 볼지 모른다. 그러나 사망자 숫자는 감추기 어렵다. 4월 10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일일 신규 사망자는 미국이 1,873, 프랑스가 1,341, 영국이 881, 이탈리아 612, 네덜란드 148, 캐나다 74명이다. 일본은 4명으로 한국과 동수이다. 만약 일본 전국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정말 폭증하고 있다면, 불과 4명만 사망했다고 은폐하기는 쉽지 않다.
통계를 통해 본 일본은 은폐나 정치적 고려에 여유를 부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바짝 긴장해 있다. 긴장한 채 코로나19와의 아슬아슬한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긴급사태 선언은 일본인들이 감염 폭발 현실화 가능성에 경각심을 높여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3월 말이후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가 적극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주의를 촉구하는 것도, 7월 5일 예정된 도지사 선거를 의식한 측면도 있으나, 인구 밀집 대도시의 감염 폭증에 대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
상황을 정확히 알면 교훈도 분명해진다. 지금은 일본이 코로나19로 신음한다고 고소해 하거나 자화자찬에 빠질 때가 아니다. 안심하긴 이르다. 이미 전문가들은 서울, 경기권 감염 폭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점에서 홍콩대 보건대학원장 후쿠다 게이지 교수의 우려는 의미심장하다. “문제는 ‘총알을 피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총알이 언제 날아오느냐’이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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