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스마트폰 자판 속 귀여운 ‘이모지(emoji)’에도 미칠 전망이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이모지 표준’을 정했던 유니코드 협회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새로운 표준 설정을 내년 3월에서 9월로 미뤘기 때문이다.
14일 CNN에 따르면 비영리기구 유니코드협회가 이모지에 대한 새로운 유니코드 표준 설정을 6개월 미루면서 내년에는 새로운 이모지가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1월에 유니코드협회가 표준을 발표하면 애플과 안드로이드가 새로운 운영체제(OS) 버전을 발표하는 9월 이후에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이모지를 쓸 수 있었지만, 표준 발표가 늦어지면서 새로운 이모지 공개도 2022년으로 미뤄지는 것이다.
일본어로 ‘그림’과 ‘문자’를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인 이모지는 텍스트의 조합으로 형태를 나타낸 ‘이모티콘’과 달리 그 자체가 하나의 문자로 취급된다. 모든 문자를 컴퓨터에서 읽을 수 있도록 표준 작업을 하는 유니코드협회에서 이모지 표준도 함께 정하는 이유다. 2008년 구글을 주축으로 이모지를 유니코드화하기 시작했고, 2010년 발표된 유니코드 6.0부터 이모지가 표준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유니코드 13.0 버전에 배정된 이모지의 숫자는 1,317개로, 얼굴 표정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이모지 150개, 동물과 자연을 표현하는 이모지 137개 등으로 나눠져 있다. 유니코드협회에서 표준을 설정하면 기업마다 해당 표준에 맞는 자체 이모지를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유니코드 ‘U+1F60E’에 해당하는 이모지는 ‘선글라스를 끼고 웃는 얼굴’인데,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윈도우, 트위터, 삼성전자 등은 이를 활용해 각자 조금씩 다른 그림체의 ‘선글라스를 끼고 웃는 얼굴’을 제공하고 있다.
이모지 표준이 미뤄지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비영리기구 유니코드협회에 도움을 주던 자원봉사 개발자들이 모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크 데이비스 유니코드협회 대표는 성명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표준 발표 연기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는 1월에 새 이모지 표준이 발표됐던 만큼, 9월쯤에 새로운 이모지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트랜스젠더 깃발’이나 ‘중성적인 산타클로스’, ‘턱시도 입은 여성’ 등 다양성을 넓히는 이모지를 비롯해 ‘버블티’, ‘북극곰’, ‘매머드’ 등 117개의 새로운 이모지가 추가될 예정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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