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전국 단위 선거를 관통해왔던 불문율이 있다. 시대나 전략에 따라 깨질 때도 있었지만, 아직 단 한 번도 빗나간 적 없는 징크스도 있다. 정당과 후보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 쓰이는 존재. 이번에도 통할까? 알고 보면 흥미로운 ‘선거의 공식’ 넷을 추렸다.

①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과 이듬해 있었던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세 번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달아 승리를 거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조차 새누리당 압승을 점쳤던 20대 총선에서 1석 차이 신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3연승에 성공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을 사수한다면 4연속 승리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헌정 사상 전국 단위 선거에서 4번 내리 승리한 정당은 아직까지 없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연속 승리한 한나라당도 2010년 지방선거에선 무기력하게 졌다. 민주당이 이런 불변의 법칙을 깨고 4연승을 거머쥘 경우 이해찬 대표가 심심찮게 거론했던 ‘민주당 100년 집권’의 서막이 될지 모를 일이다.

②집권 중반 총선은 여당에 불리하다?
4번 연속 이기는 정당이 나오지 않은 것은 특정 세력의 집권이 길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집권 3년을 전후해 실시됐던 네 차례 총선(14대, 15대, 19대, 20대) 중 세 번의 총선에서 당시 여당은 의석 과반을 얻는 데 실패했다. 딱 한 번 예외는 2012년 19대 총선이었다. 그 해 12월에는 대선이 예정돼 있었는데 한나라당은 4월 총선에서 이명박(MB) 대통령 대신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워 152석을 얻었다. 이명박 정권 심판으로 흘러갈 수 있었던 선거를 ‘예비 대선’ 성격으로 바꾼 전략이 먹힌 셈이었다.
문재인 정권 집권 4년차에 실시되는 이번 총선 역시 지난 3년 동안의 경제 악화와 부동산 정책 등을 평가하는 성격이어서 여당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가 정권 심판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 정부 대응 평가’가 된 측면이 있다. 국민은 과연 어떤 성적을 줄까.

③김종인이 이끄는 선거는 지지 않는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의 달인’으로 불린다. 오랜 정치구력과 직관력으로 그가 사령탑을 맡은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어서다. MB 정부 말기에 치러져 불리할 수 있었던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을 때도 그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비상대책위 체제를 가동했던 한나라당에 비대위원으로 합류, 새누리당으로 당 간판을 바꿔 의석 과반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그 때의 인연으로 같은 해 치러진 18대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제시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20대 총선 때는 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겨 비대위 대표를 맡았고 2015년 재보궐 선거 참패, 국민의당 분당 등으로 침체일로에 있던 민주당을 원내1당으로 만들었다.
김 위원장의 한 차례 거부에도 황교안 대표가 삼고초려해 그를 선대위원장으로 모신 데는 ‘김종인이 가는 곳에 승리 있다’는 법칙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까지 승세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를 틈타서 ‘청와대 돌격대’ ‘코돌이’들이 대거 당선되면, 국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나라는 진짜 망하는 것”이라며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막판 판세 역전을 노렸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통합당에 승기를 안긴다면 ‘김종인 매직’은 과학이라 봐도 되지 않을까.

④통합당 사무총장은 총선에서 필패한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을 책임지는 핵심보직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 사무총장을 맡는 것은 위험 부담이 없지 않다. 18대 총선 때부터 세 번 연속 당시 총장을 맡고 있던 이들이 총선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통합당 사무총장의 저주’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시작은 18대 총선 이방호 한나라당 총장의 낙선이었다. 친이명박계 핵심이었던 이 전 총장은 MB 정부 첫해인 2008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근혜계 ‘공천 학살’을 주도했는데, 정작 본인도 경남 사천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패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19대 총선 때는 권영세 전 총장(서울 영등포을)이 당시 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패했고, 20대 총선에서 황진하 전 총장도 본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현재 통합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박완수 후보가 이런 저주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박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의창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일단 판세는 그가 우세하다는 게 통합당 자체 분석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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