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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균형] 왜 수컷이 먼저 죽을까

입력
2020.04.14 18:00
수정
2020.04.14 18:2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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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뺨검둥오리 암수. 조류는 ZW(암)/ZZ(수)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특히 흰뺨검둥오리와 같이 비슷하게 생긴 조류종은 계절적 1부1처제를 택하므로 다른 수컷들끼리의 치명적인 물리적 투쟁을 피할 수 있다.
흰뺨검둥오리 암수. 조류는 ZW(암)/ZZ(수)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특히 흰뺨검둥오리와 같이 비슷하게 생긴 조류종은 계절적 1부1처제를 택하므로 다른 수컷들끼리의 치명적인 물리적 투쟁을 피할 수 있다.

인간의 성별 수명에 대한 자료는 많습니다. 기록이 잘 된 스웨덴 사례를 살펴보면, 1790년에는 여자 신생아들의 기대 수명은 36.7년, 남자 신생아들은 33.7년에 불과했죠. 농업과 의학 등의 발달 덕에 현재는 각각 84.7년과 81.3년으로 변했죠. 두 경우 모두, 여자가 남자보다 5~8% 정도 더 오래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8년도 기준 각각 85.7년, 79.7년으로 7% 정도 여자 수명이 더 깁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듯한 결과입니다만, 몇몇 연구자는 과연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근 국제연구팀은 야생포유류의 성별 평균수명이 인간과 같이 수컷이 짧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양부터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총 101종의 성별 수명을 살펴본 결과 적어도 60% 이상에서 평균 18% 이상 암컷이 오래 생존한다는 것이 밝혀졌지요.

하지만 왜 암컷이 더 오래 생존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만 번식과 연관된 성별 에너지 소비와 더불어 성별 생태적 차이, 자연적 수명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암사자는 숫사자에 비해 50% 이상 더 오래 생존하죠. 보통 집단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 간의 다툼으로 인해 수명이 짧다고 생각해 왔지만, 상황은 더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암컷은 보통 복잡한 가계도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지만, 수컷은 거의 혼자 생존한다는 점입니다. 나아가 새끼 양육에 수컷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암컷의 생존율이 달라진다는 관점도 있지요. 양육에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데, 수컷이 이를 나눠질 경우 새끼는 물론이고 암컷의 생존율도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는 조류에서 볼 수 있죠.

Zoe A. Xirocostas 등 이형 성염색체를 가진 성별의 더 수명이 짧다.
Zoe A. Xirocostas 등 이형 성염색체를 가진 성별의 더 수명이 짧다.

이 현상을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도 합니다. 선천적 한계라는 것이죠. 호주의 한 연구팀은 229종 동물의 성염색체와 수명에 관한 자료를 분석했고, 역시 수컷이 평균 17.6% 수명이 짧다는 것을 알아냈죠. 다만 다른 분류군에 비해 조류와 나방, 나비에서는 7.1%로 그 차이가 작고, 수컷이 더 오래 생존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추적했습니다. 흔히 포유류는 XX(암), XY(수) 성염색체를 갖는데 비해, 조류나 나방 등은 ZZ(수), ZW(암)와 같이 암컷이 이형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동물들의 행동생태와 결부시켜 본다면 더욱 이해가 갑니다. 흔히 XX/XY 성염색체를 가진 종은 암컷을 차지하고 세력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 더 많은 물리적 투쟁을 해야 하지만 ZW/ZZ 성염색체를 가진 분류군은 상대적으로 상호 간의 경쟁을 누그러뜨린 듯 보입니다. 대신 화려한 채색을 지니거나 일부일처제를 택한 경우가 더 많아진 것이죠.

다시 한국 사회입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OECD 국가에서도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95%에 달합니다. 위험한 업무에 많이 노출된 셈이죠. 성염색체만으로도 이미 짧은 수명이 보장된 남성들의 잔여수명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안전망이 더 필요하겠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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