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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산불, 체르노빌 원전 코앞까지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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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산불, 체르노빌 원전 코앞까지 접근

입력
2020.04.14 10:48
수정
2020.04.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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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촬영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의 모습. 체르노빌=AFP 연합뉴스
지난 12일 촬영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의 모습. 체르노빌=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인근 숲에서 발생한 산불이 열흘 가까이 지속되면서 사고 원전 코앞까지 접근해 우려가 일고 있다. 현지 활동가들은 산불이 폐원전 및 핵폐기물 처리장과 불과 2㎞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번졌다면서 정부가 사고의 위험성을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가디언에 따르면 체르노빌 전문 관광업자인 야로슬라프 예멜리야넨코는 페이스북에 화재 현장 영상을 올리고 “산불이 프리피야티까지 번져 원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까지 고작 2㎞ 거리”라고 밝혔다. 프리피야티는 체르노빌 인근 도시로 1986년 4월 26일 원전 폭발 사고 이후 30년 넘게 방치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비상사태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예멜리야넨코는 이어 “상황이 심각하다. 이 지역이 불타고 있다”며 정부가 사고 심각성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러시아 지부도 이번 화재가 우크라이나 당국이 추정한 것보다 더 큰 규모라면서 건강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4일부터 체르노빌 원전 주변 제한구역에서 현지인들이 잔디를 불에 태우다가 주말 새 강풍이 불면서 크게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체르노빌 인근 지역 방사능 수준이 정상치의 16.5배로 높아졌다는 예고르 피르소프 우크라이나 국립환경검사국 국장 대행의 주장도 제기됐으나, 정부 당국은 “정상치 이내”라고 반박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소방 당국은 이틀 만에 산불이 진압됐다고 밝혔으나, 현재는 채 정리되지 않았던 잔불이 다시 되살아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제한구역 관리국장 대행은 AP통신에 “화재가 진압됐다고 말할 수 없다”며 “산불로부터 발전소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방화대를 밤새워 파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피야티 마을은 원전 4호기가 폭파된 1986년 이후 황폐화된 상태로, 반경 30㎞까지는 일반인 출입 통제 구역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다만 사고 발생이 30년을 넘고, 주변 방사성 물질도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당국 관리 하에 ‘체르노빌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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