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교육계가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다. 방학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며 혼란이 일고 있는 데다 언제 개학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상 첫 온라인 개강을 했다. 교사들은 부랴부랴 난생 처음 카메라 앞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고 학생들은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특히 마음이 급한 고3학생과 학부모들은 뒤틀린 학사일정에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우리 공교육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온갖 제도를 도입하고 엄청난 재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은 늘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었는데 다시 한번 그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교육부가 개학을 수차례 연기하며 허둥대는 사이 공교육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진작부터 인터넷 강의(인강) 시장에 진출한 대형학원들은 물론, 중소학원들까지 뛰어들었고 그 매출은 갈수록 뛰고 있다. 대형학원 인강 매출은 지난해보다 2.5배가 넘었고 계속 성장 중이다.
반면에 온라인 수업 경험이 없는 학교 교사들은 1주일 만에 엉성한 장비를 동원해 급조한 콘텐츠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유명학원의 콘텐츠를 따라갈 도리가 없다. 학교의 원격교육이 얼떨결에 시작됐지만 안타까운 현주소만 드러나며 사교육 시장만 살찌우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욱이 온라인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일시적이지만 폭증하는 업무로 학생지도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도 교사들은 각종 행정업무와 회의 참석에 정신이 없는데 이젠 온라인 수업준비까지 더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30여명 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해 학생들과 접촉하고 성장과정을 꼼꼼히 기록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기왕에 원격수업을 시작했으니 이제부터라도 인강 경험을 토대로 향후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은 첨단기술과 교육을 결합한 에듀테크(Edu-Tech)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정부가 온라인 개학을 말하며 언급하는 솔루션은 외국기업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수업 플랫폼뿐이다. 하지만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수준을 고려하면 국내 스타트업을 조금만 지원한다면 자체 플랫폼 육성뿐만이 아니라 교사들의 잡무를 처리해 줄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는 공교육 현장에 또 한번의 반성과 함께 새 바람을 가져올 전망이다. 앞으로도 감염병은 물론, 다른 비상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더 이상 밀리지 않고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려면 지금부터라도 발상의 전환과 준비, 투자가 있어야 한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다.
조광희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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