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13일(현지시간)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의 5~6월 원유 감산 규모가 하루 최대 2000만배럴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OPEC+는 97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지만, 이들의 주장이 현실화하면 감산량은 합의분보다 2배로 증가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OPEC+가 검토하는 감산 규모는 일반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하루 1,000만배럴이 아니라 하루 2,000만배럴”이라고 썼다. 이어 “만약 (감산량이 2,000만배럴에) 근접하게 되고 전 세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부터 벗어나 다시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에너지 산업은 현재 기대보다 더 빠르게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함께 거대 산업을 본궤도에 돌려 놓은 모든 이들, 특히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에 감사한다”고 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 역시 이날 현지 방송 로시야1에 출연해 “국내 원유 생산업체 수장들을 만났다”며 “5~6월 세계 원유 감산 규모가 하루 1,500만~2,000만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트윗과 같은 맥락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콘퍼런스콜에서 “효과적인 원유 감축량은 하루당 약 1,950만배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OPEC+가 합의한 원유 감축량과 다른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의 비축유 구매 등을 고려했을 때 효과적인 감축량은 하루 1,950만배럴”이라고 설명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다른 산유국들이 산유량에 비례해 일괄 감축에 나서면 사우디 또한 합의된 감축량보다 산유량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OPEC+는 원유 감산 협의에 나섰다. 당초 코로나19로 급감한 수요 감소분인 하루 1,500만~2,000만배럴이 감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협의 과정에서 일부 산유국들의 반발로 우선 1,00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멕시코가 자국 할당분인 40만배럴 감산에 반대, 10만배럴 감산을 고집해 결국 전날 하루 970만배럴 감축하기로 합의하는데 그쳤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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