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이색 홍백전 현장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타이거즈 자체 연습경기 9차전. 이날 경기에선 다소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맷 윌리엄스 감독과 마크 위더마이어 수석 코치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양쪽 덕아웃 감독석에는 팀 좌완투수 양현종과 언더핸드 투수 임기영이 각각 앉았다. 서재응 투수코치는 구단 자체 중계방송인 갸TV(KIA의 빠른 발음) 해설자로 나섰다.
이날 경기는 ‘양현종-임기영 일일 감독’ 이벤트 경기였다.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체 홍백전만 치르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코치진은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팀 전력을 파악하고자 윌리엄스 감독과 조계현 단장이 의견을 모아 진행됐다.

팀은 지난 10일 윌리엄스 감독 중재하에 자체 드래프트를 통해 구성됐다. 양현종과 임기영은 자신이 경기에서 중용할 타자들을 직접 선발했다. 양현종은 베테랑 나지완을, 임기영은 김주찬을 각각 가장 먼저 선발했다. 다만 투수는 투구수ㆍ등판일 관리 차원에서 미리 2개 팀으로 나눈 뒤 한 팀씩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기 당일에도 양 팀 감독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11시까지 선발 라인업을 제출하고 선수 간 사인도 새로 정하는 등 실전을 방불케 했다.
양 팀 감독은 라인업부터 ‘파격’과 ‘안정’과 뚜렷하게 색채를 드러냈다. 임 감독은 발목 재활 이후 실전에 처음 출전하는 최형우를 1번 타자로 내세웠다. 임 감독은 “콘택트 능력과 출루율이 좋은 (최)형우 선배가 보다 많은 타석에 들어서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0-1로 뒤진 2회초 무사 1ㆍ2루 기회를 맞자 베테랑 나주환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내기도 했다.
반면 양 감독은 ‘안정’을 택했다. 최근 연습경기에서 타격감이 좋고 발이 빠른 김규성(2루)과 박찬호(유격)를 테이블 세터진에 포진시켰고, 좌ㆍ우타자를 교차시키는 전략적인 타순을 짰다. 또 선발 홍상삼이 볼넷을 남발하면서 예정됐던 투구 수를 넘기자 즉시 후속 투수(정해영)로 바꿔주는 발빠른 행보도 보였다. 이날 중계를 맡은 서재응 코치는 “양 감독이 안정적인 라인업을 마련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기 내용은 양팀 모두 개운하지 못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30)과 홍상삼(30)이 예정된 5이닝을 모두 채우지 못하며 부진한 가운데 6-6으로 비겼다. 가뇽은 이날 4이닝 동안 6실점(6피안타 3볼넷)했다. 홍상삼 역시 4이닝 동안 4실점하며 흔들렸다. 안타는 2개만 허용했지만 무려 8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타자 중에는 최원준이 고비 때 적시타를 치며 힘을 냈다. 9회말에도 마무리 문경찬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 끝에 안타를 만들어 내며 팀 사기를 끌어 올렸다. 박찬호 역시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신고하며 올 시즌 ‘호타준족’ 활약을 예고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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