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분들이 고통 받는 시기에 앨범을 발표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어요.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음악이고, 희망을 마주보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기에 제 음악이 여러분을 웃게 만들고 춤추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지난해 그래미 신인상을 수상한 영국 가수 두아 리파(24)는 두 번째 앨범 발매를 나흘 앞둔 지난달 23일 눈물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TV나 공연장이 아닌 런던 집에서였다. 그것도 스마트폰으로 하는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으로.
그는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말했다. “앨범을 내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그래도 “팬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누가 봐도 지금 상황에서 발라드 하나 없는 디스코 댄스 앨범을 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2015년 데뷔한 리파는 ‘뉴 룰스(New Rules)’로 ‘차세대 팝 디바’란 이름을 얻은 대형 신인가수. 야심차게 두 번째 앨범을 준비했는데 하필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 샘 스미스나 더 1975 등은 앨범 발매를 연기했다. 그 와중에 리파는 앨범 발매를 강행했다. 물론 월드 투어는 연기했다.
불행 중 다행일까. 3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앨범 ‘퓨처 노스탤지어(Future Nostalgia)’는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국에선 발매 첫 주 오피셜 앨범 차트 2위로 등장하더니 2주차던 지난 10일에는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도 발매되자마자 11일자 빌보드 종합 앨범 차트 ‘앨범 200’ 4위에 올랐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선 가장 많이 재생된 여성 가수 1위가 됐다.
리파 음악의 특징은 디스코와 일렉트로닉에 기반한 복고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뉴트로’ 댄스 팝 음악. 자미로콰이 프린스 블론디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새 음반은 팝 댄스 성향으론 드물게 평단의 극찬까지 이끌어냈다. 영국 음악전문지 NME와 일간 인디펜던트는 100점 만점을 줬다. “(코로나19로 인한) 근심을 잠시라도 잊고 춤을 추도록 만든다” “밝고 대담하며 위풍당당한 팝 음악” “모든 비트에 탄력이 넘치고 모든 음이 반짝인다” “버릴 만한 곡이 1곡도 없다” 같은 호평을 쏟아냈다.
괜한 호들갑이 아니다. 수록곡 11곡 중 어느 하나 처지는 곡이 없다. 이를 보여주듯 싱글로 첫 공개된 ‘돈트 스타트 나우(Don’t Start Now)’, 후속 ‘피지컬(Physical)’, 앨범 발매와 함께 공개된 ‘브레이크 마이 하트(Break My Heart)’ 3곡이 영국 싱글 차트 10위 권 안에 나란히 올라 있다.
리파는 독특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코소보 출신 이민자 2세다. 그는 “어릴 땐 새라, 엘라 같은 평범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런던에서 나고 자라다 다시 코소보로 들어갔으나 열다섯 나이에 오로지 가수가 되기 위해 혈혈단신 런던으로 돌아왔다. 모델, 식당 종업원 등을 전전하다 영국 TV 오디션 프로그램 ‘X 팩터’에 출연하면서 데뷔했다. 리파는 K팝과도 친숙하다. 블랙핑크, 마마무 멤버 화사와 리믹스 곡을 내놓을 정도다.
리파는 이번 앨범에 담긴 전곡의 작사ㆍ작곡에 참여했다. 앨범을 내놓기 전 잔뜩 긴장했어야 했던 리파였기에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더 고맙다.
“첫 앨범은 여러 장르가 담겼고 그 다양함을 하나로 묶어주는 게 제 목소리뿐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유기적으로 엮인 것이라 자랑스럽습니다. 지금이 적절하지 않을 때일 수도 있지만, 제 음악이 집에 머무는 분들의 하루를 좀 더 밝게 만들어드렸으면 좋겠어요.”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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