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하지만 구글은 신생(스타트업) 기업 발굴과 육성을 계속합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서울을 포함해 영국 런던, 브라질 상파울루, 일본 도쿄,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스타트업 육성이 용이한 전세계 7개 도시에 스타트업캠퍼스를 두고 있다. 구글은 스타트업캠퍼스 입주 기업을 선정하면 평균 6개월 동안 입주 비용 면제 및 기술 제공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15년 5월 아시아 최초로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연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코리아는 한상협(46) 총괄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13일 한 총괄을 한국일보에서 만나 코로나 19 이후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 방향을 들어봤다. “구글은 구글 포 스타트업(GFS)이라는 전세계적 조직을 7년 전에 만들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GFS가 담당하는 구글 스타트업캠퍼스는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의미있는 도시 위주로 설치했죠.”
GFS는 세계 각국에서 스타트업 관련 제휴도 적극적으로 맺고 있다. 특히 구글 스타트업캠퍼스가 없는 지역에서 육성업체(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할 제휴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GFS는 전세계적으로 56개사와 제휴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마루180을 비롯해 홍콩, 중국 심천 등에 제휴사를 두고 스타트업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 스타트업캠퍼스의 올해 선정 기준은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코리아도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실제 캠퍼스 공간은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고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스타트업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도 구글은 스타트업캠퍼스 입주 기업을 계속 선정한다. “입주 스타트업을 연중 수시 선발합니다. 지난해 4개사를 뽑았고 올해 10개사를 선발 예정입니다. 현재 6개사가 선정됐죠.”
구글은 매년 선정 기준을 바꾸고 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올해 구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해외 진출 가능성이다. “지난해의 경우 인공지능(AI)에 중점을 두고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했습니다. 올해 선발의 우선 기준은 전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느냐, 즉 해외 진출 가능성입니다. 그만큼 전세계 시장에 나갈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올해 선정된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물류 창고에서 쓰이는 지게차를 AI로 관제하는 모션2AI, 언어장벽을 없애주는 AI 의사소통 기술을 개발한 오르비스AI, 기업들이 주주명부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업체 쿼타북, 국제 보건 사업을 위해 눈 진단 서비스를 개발한 랩에스디 등이 있다. “이미 선발된 6개사는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이 있는 기술들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력도 탄탄하고 경영진이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일하며 인력 구성도 잘 돼 있죠.”
선정 기업에게는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구글 본사와 만남을 주선하고 구글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투자사나 협력 기업 등을 소개한다. 또 구글의 AI와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등을 지원하고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혜택도 제공한다.
더불어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효율적 기업 운영 방법 등도 공유한다. 특히 구글은 선정된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웰빙 기업 운영’을 주제로 이달 중 온라인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한 판단이 필요하죠. 중요한 것은 창업자들이 지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심리와 정신상태 관리가 중요합니다. 미국 기업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각종 복지제도 및 요가나 명상 등으로 심신 안정을 위해 노력합니다. 구글 및 외부기업 전문가들이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스트레스를 줄이고 직원들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줄 예정입니다. 시급한 투자 문제도 5월 중 지원 주제로 다룰 계획이에요.”
구글은 여기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이후 경제 기초체력이 달라질 경우를 대비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발달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나오기 좋은 환경입니다. BTS나 싸이처럼 한국을 알릴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도록 구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정리되는 대로 발표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 한 총괄, “스타트업이 성공해야 구글도 성공”
구글이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인 이유는 ‘스타트업이 성공해야 구글도 성공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구글에 저를 비롯해 스타트업 창업 경험자들이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문화가 구글의 DNA로 자리를 잡았죠. 구글의 많은 서비스들이 스타트업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구글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 급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의 성장성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나온다고 보는 거에요.”
한 총괄도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던 그는 논문을 마무리하려고 2006년 국내에 돌아왔다가 친구 권유로 2010년에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개인간 중고거래로 유명한 헬로마켓이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8년간 스타트업을 운영했죠. 2018년 구글의 제의를 받고 창업자들과 고민 끝에 스타트업을 돕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경험이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 입장에서 일을 하려는 노력을 계속 할 것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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