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등 여권 관계자들 압승 분위기 점쳐
‘자만이 상승세에 찬물 뿌린다’ 우려도 나와
4년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180석”
승리 도취됐다가 원내 1당 뺏기는 수모
더불어민주당이 4ㆍ15 총선 승리를 확신하고 자축의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민주당 압승 분위기로 흘러 범진보 진영의 180석 확보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한 게 대표적 사례다. 유 이사장이 여권 핵심부와 교감해 온 만큼, 여권 기류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권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강자의 오만’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오만한 집권여당’의 프레임을 우려해 유 이사장 발언 주워담기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여권 내 비판이 무성하다.
◇승리에 취한 여권… “당선증 받은 느낌”
민주당의 최근 행보는 유 이사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이해찬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2일 충남지역 지원유세에서 “21대 국회 원내 1당은 확보했다”고 호언장담하며 “2단계 목표는 과반수가 넘는 다수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선거운동 초기엔 서울 종로에 집중했던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최근 외부 지원유세가 부쩍 늘었다. 종로 선거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와의 경쟁이 이미 끝났다고 보는 듯하다. 그는 13일에도 경북과 충북 지원 유세를 다녔다. 서울 구로갑에 출마한 이인영 수도권 선대위원장도 고향인 충북 지역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수도권에 출마한 당 지도부가 지역 유세를 대대적으로 다니는 건 드문 일이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다. 서울 동작을의 이수진 민주당 후보는 나경원 통합당 후보의 공격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당선증을 받은 느낌”이라는 위험 수위의 발언을 했다.
민주당의 ‘오만 행보’는 연초부터 이어졌다. 2월엔 ‘민주당은 빼고’라는 제목의 신문 칼럼 필자와 해당 신문을 검찰에 고발했고,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더불어시민당 창당 추진 과정에서“성소수자 문제 등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 연합은 어렵다”는 발언을 하고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민주당 우세’를 가리키자, 민주당이 자만에 취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만이 패배를 부른 역대 선거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오만은 곧 패배’로 이어졌다. 4년 전 20대 총선의 최대 변수는 ‘오만’이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통합당)의 김무성 대표는 “180석을 얻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며 180석을 총선 목표로 공공연히 내세웠다. 승리에 도취된 새누리당은 ‘친박, 진박 감별 논란’ ‘옥새 파동’으로 요약되는 공천 분란을 일으켰고, 결국 표의 심판을 받았다. 122석에 그친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을 민주당(123석)에 내줬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야당인 한나라당이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만’이 여당인 열린우리당 발목을 잡았다. 선거운동 초반 여당 지도부는 170~180석을 전망했다. 정동영 당시 당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등으로 지지율에 이상이 생기자 정 의장이 “170~180석 운운했던 기대는 환상이고 거품이었다”고 자책했지만, 이미 늦었다. 200석까지 넘봤던 열린우리당은 152석에 그쳤고, 한나라당은 121석으로 선전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 말기 ‘정권 심판’에 기대 “과반 의석을 얻고 싶다”고 했지만 결과는 127석에 그쳤다. ‘한나라당 대망론’ 속에 치러진 2010년 6ㆍ2 지방선거 당시 정두언 한나라당 스마트전략위원장도 “수도권 광역단체장 완승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선거에서 참패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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