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세월호 기간제 교사 ‘죽어서도 차별’은 끝날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세월호 기간제 교사 ‘죽어서도 차별’은 끝날까

입력
2020.04.14 01:00
25면
0 0
세월호 사고로 숨진 김초원 단원고 기간제 교사가 안치된 안산 분향소를 찾은 아버지 김성욱씨가 2015년 7월 영정사진을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월호 사고로 숨진 김초원 단원고 기간제 교사가 안치된 안산 분향소를 찾은 아버지 김성욱씨가 2015년 7월 영정사진을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3ㆍ고3 학생들의 사상 첫 온라인 개학으로 세상의 눈과 귀가 바쁘던 지난 9일 오전, 대법원 앞에는 세월호 참사로 순직한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서 있었다. 경기도 교육청이 고 김 교사와 동료 고 이지혜 교사가 기간제 교원이라는 이유로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 대한 차별 시정을 촉구하는 탄원서 제출을 위해서였다.

6년전 그날, 두 교사는 ‘기간제’이기 이전에 스승이었다. 2학년 3반 담임이었던 김 교사, 7반 담임이었던 이 교사는 배가 기울자마자 제자들에게 달려갔다. 생존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교사는 목이 쉬도록 ‘갑판 위로 빨리 가’라고 소리치며 우왕좌왕하는 제자들을 챙겼다. 김 교사는 아이들의 구명조끼를 일일이 챙기고 ‘뱃멀미가 심한 사람부터 차례로 올라가라’며 다독였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자취였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눈에 두 교사는 그저 비정규직일 뿐이었다. 이들이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한 건 경기도교육청이 공무원의 사망 대비 단체보험과 기타 맞춤형 복지제도 가입 대상에서 기간제교사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이를 바로잡으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ㆍ2심에서 ‘차별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패소해 지난 2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사실 두 교사의 죽음에 ‘순직’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참사 3년 3개월 후,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상 차별이 고쳐진 뒤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건 이들이 ‘교원’이긴 해도 ‘교육공무원’은 아니라는 모순적 법이다. 비정규직이라 다른 대우를 받는다면 그만큼 역할도 덜어야 하는데, 학교는 이들에게 스승다운 책임까지 감내하라고 말한다. 그나마 2018년 교육공무원법이 일부 개정돼 기간제교원에도 ‘교권존중과 신분보장’ 조항이 적용됐지만 변화는 명목에 그친다.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기간제교사 육아휴직 허용’이 그나마 진일보한 정책인 실정이기 때문이다.

김성욱씨의 소송에 대해 여전히 누군가는 ‘보상금만 노린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씨는 꿋꿋하다. “억만금이 있어도 우리 딸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데 무슨 소용입니까. 우리 초원이처럼 온 마음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차별을 받지 않길 바랍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