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증가세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일 신규 감염 및 사망 규모가 대체로 잦아들면서 확산 정점에 다가선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각국 정부는 “아직 종식을 언급하기엔 이르다”며 경계심을 풀고 있지 않지만, ‘경제 정상화’ 논의를 슬슬 시작하는 분위기다.
12일(현지시간)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56만명, 사망자는 2만2,000명을 기록했다. 미국은 전날 누적 사망자 수에서 이탈리아를 넘어서며 코로나19 사망ㆍ확진 1위 국가의 오명을 쓰게 됐다.
다만 사망과 확진 모두 이틀 연속 감소 추세인 것은 긍정적이다. 신규 확진은 10일 3만3,000여명, 11일 3만명, 12일 2만7,000여명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사망자도 같은 기간 2,000명대, 1,800명대, 1,500명대로 둔화세다.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날 “(발병) 모델들은 우리가 정점에 매우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유럽에서도 확진 그래프가 꺾인 징후가 뚜렷하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감염이 많은 스페인에서는 12일 신규 확진자 수가 3,800여명으로 전날 4,700명대보다 대폭 줄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일일 5,000~6,000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확연하다.
이탈리아에서도 하루 500~600명대에 달했던 사망자가 이날 431명으로 집계돼 3주만에 최저치를 보였고, 확진자도 조금씩 줄고 있다. 누적 사망자는 1만9,899명으로 아직 유럽에서 가장 많긴 하다. 프랑스도 이날 신규 확진자가 2,937명으로 일주일 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 변곡점을 가늠하는 낙관론이 속속 나오면서 경제활동 재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 보건당국자들은 발병 추이에 따라 ‘점진적 재개’ 등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아마 내달쯤 규제 해제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너무 조급하게 조치해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상화를) 각기 다른 지역에서 여러 방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날 미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ㆍ스페인ㆍ프랑스에서 코로나19의 둔화세가 보고되면서 이들 국가는 락다운(이동제한령)을 안전하게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당장 스페인 정부가 “다음 주부터 비필수 인력의 출퇴근도 허용한다”고 밝혀 13일부터 건설ㆍ제조업 노동자들의 복귀가 시작했다.
그러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매우 명확하게 밝힌다. 우리가 종식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봉쇄는 여전하며 2주 동안의 경제 동면기만 막을 내리는 것”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준수를 거듭 요청했다. 제롬 살로몬 프랑스 보건국장도 이날 “보건 지침을 계속 준수하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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