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6주연속 하락과 엇박자
수성구 제외 비규제지역인 탓
단기 차익 노리는 투자자 많지만
“물량ㆍ대기수요 고려 뒤 진입해야”
대구의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지만 유독 분양 시장은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한동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았던 데다 수성구를 제외하면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올해 예정된 분양 물량이 많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월배 삼정그린코아 카운티 전용면적 108.99㎡ 8층 분양권은 10일 7억193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8월 분양가와 비교하면 8개월 사이 2,293만원이 올라간 가격이다. 이곳은 비규제지역으로 2월부터 분양권 전매가 허용됐는데, 현재 신고된 거래만 83건에 달한다.
다른 아파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대구에서 분양권 전매가 861건이 이뤄졌다. 이는 2017년 8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동구가 184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신천센트럴자이의 분양권 전매가 이때부터 허용된 여파로 풀이된다. 이 아파트는 총 553가구 가운데 2월 한 달간 118건의 분양권이 거래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불붙기 시작한 청약 열기는 올 들어서도 식지 않는 추세다. 지난달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중구 반월당역 서한포레스트 전용면적 84.95㎡는 경쟁률 326.26대 1을 기록했다. 19가구 공급에 6,199명이 몰렸다. 해당 면적의 최저 당첨점수는 62점이었는데, 이는 서울 서초구 르엘신반포와 동일한 수치다. 지난 8일 분양 신청을 받은 달서구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84.98㎡A 경쟁률도 21.61대 1이었다.
반면 매매시장은 얼어붙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6일 기준) 대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 떨어졌다. 지난달 이후 6주 연속 하락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래 중단이 가장 큰 원인이나, 물량 확대도 한몫을 했다. 한국감정원은 “북구는 연경ㆍ도남지구 공급으로 아파트값 하락폭이 확대돼 전주 대비 0.09% 떨어졌다”고 밝혔다.
집값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대구 분양 아파트만 2만5,020가구(임대 포함)에 달한다. 지난해 2만9,118가구가 분양된 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물량이 예정된 셈이다. 올해 입주 예정인 아파트도 1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비규제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했다 나중에 매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해당 지역의 아파트 예정 물량이나 대기수요까지 모두 고려한 뒤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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