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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본 5만8000명 자가격리자가 캐스팅보터?

입력
2020.04.13 16:50
수정
2020.04.13 19: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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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유권자 투표 종료 후 한 표 행사… 정부 사전검토 안하고 선관위도 “문제 없다”

4·15 총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11일 오후 청주 용암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긴 행렬을 이뤄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4·15 총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11일 오후 청주 용암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긴 행렬을 이뤄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15일 총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가격리자들은 일반인 투표가 끝난 뒤 투표를 하게 된다. 감염병 확산 방지와 격리자들의 참정권 보장 사이에서 정부가 절충안을 찾은 것인데, 문제는 격리자들이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투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구조사에서 초접전지역의 경우 격리자들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는 얘기다.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의 접촉이나 해외로부터 입국으로 자가격리된 사람들도 선거 당일 증상이 없으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들은 오후 6시 전에 투표소에 도착해야 하고 일반 유권자 투표가 끝난 뒤 한 표씩 행사한다.

정부가 나름 묘수를 찾은 것이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자가격리자의 투표 시점이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라는 점이다. 자가격리자들은 투표소 이동 시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이 깔린 휴대전화 지참이 의무인데, 휴대전화로 출구조사 결과를 보는 것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

출구조사 결과를 알고 하는 투표는 적은 표차로 당락이 갈리는 총선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령 소수정당 지지자가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사표(死票) 발생을 우려해 거대정당을 찍거나, 근소한 약세로 나온 후보에게 동정표를 몰아줄 경우 이론적으로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자가격리자 수가 12일 오후 6시 5만8,037명에 달하는 점은 초접전지역에는 무시 못할 숫자다.

이런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문제의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강립 중안본 제1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검토는 못해봤지만 충분히 우려가 될 만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역시 “따로 할 말은 없다”며 “투표장에서 격리자들의 휴대전화를 회수할 계획은 없다”고만 했다.

출구조사 주최측은 예정대로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지상파 3사와 출구조사를 공동주최하는 한국방송협회의 여도관 차장은 “중앙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오후 6시 정각에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해도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앞서 선거에서도 투표장에 오후 6시 이전 도착한 경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투표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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