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앞으로 4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일보는 중대한 선택을 앞둔 각계각층 유권자들로부터 투표를 앞둔 다짐과 희망을 들어봤다.
“만 18세 첫 선거, 민주주의 체험”
유은혜ㆍ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투표는 국민의 권리임과 동시에 책임이기도 하다. 민주국가의 시민으로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이 한 표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를 염원했던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의 산물이다. 투표용지 한 장이 주는 무게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무겁다. 이 무게를 이제 미래 세대들이 함께 나누게 되었다. 2019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 나라만이 만 18세 유권자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약 14만명의 고등학생을 포함해 만 18세가 된 약 54만 명의 새로운 시민들이 참여한다. 새로운 세대들의 선거 참여가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며 가치관을 다듬어 보는 살아있는 공부 자체가 되리라 기대한다.
선거권은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헌법이 말하는 주권자로서 국민의 권리를 저를 포함해 모두 함께 행사했으면 한다.
“경기 즐기듯 나라 위해 한 표를”
양효진ㆍ2019~20 V리그 여자부 MVP
신종 코로나 때문에 리그를 끝까지 치르지 못했지만, 생애 처음 시즌 MVP에 뽑히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부모님 댁인 부산에 내려와 쉬고 있다. 선거일에 주소지(경기 용인시)에서 투표하기 어려워 지난 10일 사전 투표를 했다. 매 경기 나갈 때마다 약간의 긴장감을 즐기는 것처럼, 조금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투표장을 찾았다. 스포츠 경기를 치를 때 그 결과가 어떻든 그 과정에 내 의지를 담아 최선을 다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선거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 의견을 담아낸 것과 그냥 외면했는가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내 한 표는 정말 작고 미미할 수 있겠지만, 거기엔 큰 의견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표는 국민의 일원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일이자 의무다.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투표를 통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스포츠 팬들도 꼭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팬들이 선수를 응원하며 함께 경기를 즐기는 것처럼 나라를 위해 함께 뛰는 게 투표일 것이다.
“의료한류 실현할 인물 입성해야”
김영훈ㆍ고려대 의료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는 정치논리나 사리사욕을 챙기는 정치인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절감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정치인들은 지역과 성별, 연령 등을 이용한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 사회를 통합해 세계에서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대한민국의 의료와 진단능력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의료한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이해와 국제 감각을 지닌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 이들이 의료한류를 실현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의료는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또 하나의 ‘국방’이 됐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실천할 선량들이 필요하다. 우리의 생명을 지기키 위해서라도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내가 투표를 하는 이유다.
“더 좋은 세상 향한 추진력에 한표”
전국현ㆍ대구서부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반장
대구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여야를 떠나 공약이 참신한 인물에게 한 표를 던졌다. 더 좋은 세상을 향한 의지와 추진력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의료진과 공무원들이 유례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시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방관 재직 중 가장 큰 사건이기도 했다. 대구가 나름대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비상사태에 걸맞게 문제 파악과 해결 절차가 더 빨랐어야 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정치권이고, 그래서 국민의 일꾼을 뽑는 선거가 중요하다.
정치권도 위기 때는 현장책임자를 밀어주고 단결하기를 바란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겠지만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책임자의 의견이 가장 존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방관 입장에서 보면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된 후 첫 투표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모든 재난 상황 시 소방관들의 현장 활동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새 국회에서 마련되기 바란다.
“장애ㆍ비장애인들 서로 위하는 사회를”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 회장
서울맹학교는 시각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립 특수학교다. 맹학교는 전국에 손에 꼽을 정도로 수가 적기 때문에 맹아 자녀를 둔 가족은 대체로 학교 근처에서 산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통학 길을 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적응을 할 수가 없다. 맹학교는 우리 가족들의 생활 터전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우리는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인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릴 때마다 아이들은 등ㆍ하교는 물론 수업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집회ㆍ시위 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학습권까지 무시하면서 집회ㆍ시위 자유를 내세우는 건 분명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동안 누구도 우리의 절박함을 귀 담아 들어주지 않았다.
임시방편으로 집회ㆍ시위를 막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할 게 아니라 서로 위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정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21대 총선이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장의 문제보다 미래 위한 선택”
김광두ㆍ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급변하는 정치경제적 배경 속에서 한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지금 정부는 오늘, 현재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의 정책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당장의 상황을 해결하는 데 급급하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무엇을 먹거리로 삼을 것인지, 우리 사회가 어떤 정치경제적 질서에 놓이게 될 지를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다.
총선 투표를 할 때도 이런 고민을 담아야 한다. 지금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엄중한 시기다. 코로나19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 문제다. 하지만 이 사태가 지나가도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오랜 기간 유지돼 왔던 지금의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 앞으로는 국가주의가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이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여기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리더를 선택 해야 한다. 오늘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한 투표를 해야 한다.
“여론이 반영되는 민주사회 위해”
이준익ㆍ영화감독
지난 11일 사전투표를 마쳤다. 투표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4대 의무로 국방, 교육, 근로, 납세의 의무가 꼽히는 데, 나는 투표의 의무까지 포함해 5대 의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주는 투표를 권리가 아닌 의무로 여기는 나라다. 호주에서 투표는 의무이기 때문에 18세 이상 유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투표를 안 하면 벌금으로 20호주달러(약 1만5,000원)가 부과된다.
살아오면서 빠짐없이 투표를 해왔다. 내가 투표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는 상실감이 컸다. 반대로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면 염려가 컸다. 내가 한 선택이 올바른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러나저러나 투표는 걱정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투표를 의무로 해야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투표를 많이 하면 할수록 각자의 의견이 많이 수렴되고 사회여론이 선거로 충분히 표출된다. 가장 바람직한 민주사회는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는 곳이다. 상식적이라고 할 수 이 일을 위해 나는 투표를 한다.
“정치 의사 표현하는 소중한 기회”
류진ㆍ걸그룹 ‘있지(ITZY)’ 멤버
11일 사전투표를 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돼 설레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선거 연령이 만19세에서 만18세로 하향 조정되면서 투표권을 얻게 돼 내겐 의미가 더욱 깊었다. 투표는 민주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번 선거를 통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돼 뿌듯했다. 한 표,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신중히 임했다.
투표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원하는 국민으로서 각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국회 의원분들께서는 국민들의 소중한 의견을 받들어 더 발전하고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저 역시 앞으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중한 주권을 잘 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전 있는 산타클로스 찾겠다”
장희진ㆍ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변호사)
어느 드라마에서 누군가가 “선거는 어른들의 산타클로스죠. 거짓말이지만 믿고 싶은”이라는 대사를 읊조렸다. 지난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민생법안들이나 걸핏하면 식물국회가 되어버리던 기억을 떠올리면 투표를 앞두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낭만 대신 회의감만 커진다.
21대 총선을 앞둔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국민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으며, ‘n번방’ 사건으로 인한 공분은 유례없이 크고, 저출산 문제부터 사법개혁에 이르기까지 현안은 여전하다.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어깨에 지워진 짐을 덜고, 범죄자를 엄중히 단죄하며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비전이 필요한 때다. 그래서 나는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다. 양말 속 선물을 가만히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산타클로스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주고 누군가에게는 심판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온다는 소박한 믿음이 투표를 탄환보다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2020년 4월15일, 나는 투표를 한다.
“정의ㆍ평화로운 나라 위한 결정”
이홍정ㆍ한국기독교교회協(NCCK) 총무
지금은 시민민주주의 역사를 만들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약해야 하는 때다. 출발은 바로 투표다.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투표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튿날인 16일은 세월호 참사 6주기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생명과 안전은 우리 사회가 지켜 나가야 할 핵심 가치가 됐다. 2017년 촛불 혁명은 주권재민의 가치를 새삼 환기시켰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의 가치를 일깨웠다. 이번 총선은 세월호 사건과 촛불 혁명, 판문점ㆍ평양 선언 이전으로 역사를 되돌릴 것인지, 저 역사적 계기들이 끌어올린 3가지 가치를 우리 공동체가 중단 없이 추구해 갈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코로나19와 싸워야 하는 현실은 힘겹다. 그러나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은 국민 개개인의 당당한 주권 행사를 통해 이룩될 수 있다.
“소상공인 목소리 담아내고 싶어”
김임용ㆍ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이 너무나 힘든 상황이다. 극심한 소비 위축으로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 업소의 매출이 90%이상 줄고, 직원 월급은 물론, 공과금도 못 낼 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때에 시행되는 이번 총선의 중요성은 어느 때 보다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강조한 소상공인 재난수당 직접지원, 부가세 등 직접세, 전기료 등 간접세 감면 등은 일부 지자체 외에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하루빨리 새 국회가 개원돼 소상공인 직접지원, 세제감면, 금융지원 확대 등을 위한 추경안 편성 등 특단의 대책들이 논의되고 즉각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최근의 배달의민족 수수료 체계 개편 등의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온라인 상에서 대기업의 횡포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시급하다. 소상공인들은 이번 총선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소상공인들의 현안사안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소중한 권리인 참정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이예린ㆍ대학생
지난 10일 오후 내 생애 처음으로 사전투표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했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서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생각마저 들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항상 뉴스로 투표소 구경만 하다가 직접 현장에 서고 보니 ‘법이 이렇게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새삼 절감한 계기였다. 선거연령 하향 논의 과정에서 일부는 고등학생이 무슨 투표냐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청소년은 아직 미숙하다는 뜻이겠지만, 바뀐 제도를 계기로 청소년들 스스로 정치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정치의식을 함양하는 것만큼이나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들을 포함해 자칫 정치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 모든 국민이 투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국민의 권리보장 또한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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