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표 주지 마세요.‘싸가지 없는 후배’얼굴 한 번 보려고 나왔습니다.”
지난 4일 방송된 4ㆍ15 총선 부산 부산진갑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해정 민생당 후보는‘마지막 발언’ 시간 1분을 이렇게 할애했다. 정 후보가 언급한‘싸가지 없는 후배’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가리킨 것이었다. 정 후보는 토론회 모두 발언과 이어진 질문 시간에도“손학규 대표에게 감사 인사는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김 후보를 몰아 붙였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이 과거 민주당 대표를 지냈을 당시 최고위원을 했던 김 후보를 향한 공세였다. 하지만 이날 정 후보의 발언은 TV토론회에서 다뤄야 할 주제와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번 총선에서는 후보자와 유권자간 대면 접촉이 현저히 줄었다. 때문에 지역구별로 이뤄지는 후보간 TV토론회 비중이 커졌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 9일까지 지역별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TV토론회의 후보자 출석률은 100%였다.
공직선거법상 지역별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의 초청 대상 후보자는 해당 토론회나 대담에 한 번 이상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하는데 253개 지역구 후보자들이 모두 이에 응한 셈이다. 초청 대상자는 국회 5석 이상을 가진 정당 후보자, 직전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 후보자 등이다.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 때는 14명의 후보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들 중 11명에게는 각각 4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유권자들의 관심도 늘었다. 선관위가 2월 24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TV토론회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일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주제ㆍ질문 공모를 한 결과 1,855건이 접수됐다. 20대 총선 당시 221건에 비하면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선관위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는 선관위 차원의 온라인이나 TV토론회 등 비대면 선거활동을 적극 장려했다”고 설명했다.
커진 비중이나 늘어난 관심과 달리 TV토론회의 질은 짚어봐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책이나 비전에 집중하기 보다 상대 후보 흠집내기 등 본질과 벗어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 막판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미래통합당에서 제명된 김대호ㆍ차명진 후보의 발언이 터져 나온 것도 TV토론회였다. 이와 관련 TV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후보는 “지역구 관련된 공약을 많이 준비해 나갔지만 상대 후보가 전혀 상관 없는 질문을 들고 나와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후보자들 스스로 TV토론회에 임하는 태도를 달리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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