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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검찰에만 ‘탈탈 털기’ 수사 위험 있는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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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검찰에만 ‘탈탈 털기’ 수사 위험 있는 게 아냐”

입력
2020.04.13 10:06
수정
2020.04.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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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주장해야 ‘정의’로 비쳐지는 세상” 지적

재심 전문 박준영(왼쪽) 변호사. 뉴시스
재심 전문 박준영(왼쪽) 변호사. 뉴시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을 조사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최근 정치권 등에서 나오는 검찰개혁 주장을 두고 복잡한 마음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 국가보안법 사건을 변호하다 역으로 과도한 압수수색을 당할 뻔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탈탈 터는 수사를 하는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공감한다”면서도 “이런 수사의 위험성이 검찰에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 국정원뿐만 아니라 정의를 세워줄 것 같은 공수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목적이 정해지면 논리든 얼마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수사가) 검찰 개혁의 근거로만 주장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신을 자초한 1차적 책임이 검찰에게 있지만, 검찰에는 못된 검사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과거사 조사를 하며 정치가 원하는 대로 손바닥 뒤집듯 생각을 바꾸는 검사를 봤다. 이런 검사가 진영논리에 따라 ‘정의로운 검사’로 불리기도 한다. 반대로 정치와, 정치가 개입한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검사를 봤다. 그런데 이런 검사가 ‘적폐’가 되기도 한다”고 썼다.

박 변호사는 전날에도 과거사조사단과 관련한 경험을 토대로최근의 검찰개혁 주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재심사건을 변호하면서 봤던 검찰수사의 문제점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앞서 이야기하게끔 만들었다”며 “그런데 검찰과거사 조사를 하면서, 사건에 얽힌 이해관계와 갈등, 사건의 실체를 흐리는 정치성, 사건의 본질을 이용하려는 목적성, 게다가 피해자를 위한다고 했지만 결국 소외받게 하는 위선을 봤다”고 과거 경험을 되뇌었다.

이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세상이라지만, ‘윤석열 별장 성접대 의혹 묵살’ 기사는 충격이었다”며 “내편이 아니다 싶으면 무참히 짓밟고 깎아내리는 비정한 권력과 정치를 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주장해야 ‘선’이고 ‘정의’로 비쳐지는 세상에서, 동조하거나 그냥 침묵하는 게 속편하지만, 제가 보고 들은 게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싶어 한때 글로 쏟아낸 적이 있다”고 썼다.

박 변호사는 “봉준호 감독은 오랜 기간 영화 ‘살인의 추억’을 준비했기 때문에 범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며 “그런데 기록상 드러나는 이춘재는 봉 감독이 상상한 범인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봉 감독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이라며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빗대기도 했다. 이어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갈등과 모순이 가득한 세상인데, 리더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 사람들의 논리는 반듯하고 정연하다. 이 논리에는 정의에 대한 주장도 포함된다. 실천이 힘든 껍데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재심 전문 변호사로 주로 사회적 약자들의 변호를 맡아 왔다. 현재 이춘재의 연쇄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의 재심을 돕고 있다. 앞서 한겨레신문이 윤 총장의 ‘윤중천 접대 의혹’을 보도하자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 보도를 흘린 사람, 이에 동조해 취재한 사람들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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