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TF만 여러 개... “최대 장애물은 트럼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딱 들어맞는 격언이다. 미국은 코로나19 감염ㆍ사망 1위국의 오명을 썼지만 태스크포스(TF), 즉 각종 위원회만 많을 뿐, 일관된 전략을 진두지휘 할 콘트롤타워가 없어 감염병 대응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주먹구구식 코로나19 대응 실태를 전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관련 TF가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코로나19 대응 최상단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공식 TF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4일쯤 경제정상화를 위한 별도의 ‘국가재개위원회’ 설치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여기에 행정부의 비선 실세로 꼽히는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주도하는 ‘그림자 TF’도 가동 중이다.
공식 TF에서 분화된 ‘의사 그룹’도 따로 활동하고 있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을 수장으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HHS) 보건 차관보,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등 6인이 멤버다. 신문은 “의사 그룹은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를 세일즈한 대통령에 좌절을 맛본 뒤 꾸려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 TF는 감염병 극복이란 대의는 같으나 의제가 제각각이다보니 논의가 공전하거나 반복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가령 내달 1일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대통령 의지에도 재개 시기와 방법에 관해 내부 의견 일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트럼프다. TF가 내놓은 면밀한 대응책도 백악관의 제동에 막혀 참모들이 상당 시간을 트럼프의 변덕을 달래는 데 쓰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회의 자리에도 정치가 개입한다. 마크 쇼트 부통령 비서실장이 아침마다 공식 TF 회의 자리 배치도를 이메일로 배포하는데, 펜스 가까이에 앉을수록 발언 기회가 많다고 한다. 한 고위 당국자는 WP에 “TF 회의는 ‘작은 리얼리티쇼’”라며 “우리는 매일 이메일을 기다린다. 마치 ‘왕좌의 게임’과도 같다”고 푸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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