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기간산업 위기]
2분기 판매량 30% 이상 급감 전망… ‘셧다운’ 막으려 순환 휴업

“코로나19가 잠시 지나가는 ‘역병’이겠거니 했는데, 지금은 공장을 영영 닫게 할 수도 있는 ‘괴물’처럼 보입니다.”
이달 13일부터 17일까지 임시휴업에 들어가는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 2라인에서 근무하는 이모(53)씨의 걱정은 실직에 대한 우려로 다가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생겨난 걱정이다. 그는 “1분기엔 내수 판매로 겨우 버텼지만 불투명한 2분기 이후가 더 염려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공장들이 멈춰서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동제한 조치로 판매시장이 경색되면서 시동이 꺼져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판매량은 168만7,9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수판매는 7.7% 줄었지만, 해외판매의 경우 9.6% 급감했다. 내수 시장은 정부의 '개별소비세 70% 인하' 등의 지원 정책으로 버텼지만, 해외의 경우엔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향후 상황은 더 암울하다. 내수보다 해외 판매가 5배 이상 많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해외 판매 실적은 절대적이다. 북미 자동차 공장은 4월 내내 ‘셧다운(일시적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미국 ‘빅3’ 중 생산재개 시점을 밝힌 곳은 FCA(5월 4일)뿐이다. 포드와 GM은 무기한 휴업 중이다.
실적도 기대 이하다. 미국 자동차 판매는 지난달 33% 이상 감소했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85%), 프랑스(-72%), 스페인(-69%), 독일(-38%) 등 주요국가 대부분이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2분기에만 글로벌 판매량이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순환휴업, 생산계획 탄력적 운영 등을 통해 코로나19 여파를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쌍용차는 유럽시장 공략 계획이 무산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감안해야 될 판이다. 수출길이 막힌 한국GM이나 르노삼성차 등도 향후 전망이 어둡긴 마찬가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분기 해외 업체들의 북미 생산 계획을 보면 40% 감소도 있고 현대·기아차도 평균 30% 감산이 예상된다”며 “2분기에도 수요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고 향후 산업 수요를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고 전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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