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미국에서도 기독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12일)’을 앞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한국처럼 “이날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가 늘고 있는 것이다. 소송을 거쳐 ‘사회적 거리두기’ 면죄부를 얻어낸 교회도 나왔다. 코로나19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기독교 내 성찰과 반성의 고민도 던지고 있다.
미 A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켄터키주(州) 연방법원이 ‘모든 종류의 예배를 금지한다’는 그렉 피셔 루이빌 시장의 결정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다수 주는 현재 자택대피령을 시행 중이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예배는 ‘비필수 활동’에 포함돼 있다. 피셔 시장은 ‘차 안에서의 예배’는 허가했던 주정부 결정보다 훨씬 센 제재를 도입했다. 그러자 한 교회가 ‘종교의 자유’ 박탈을 이유로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 들인 것이다. 방송은 “법원은 시장의 명령을 명백한 위헌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합법적 권리 없이도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교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캔자스주 루크 캐머스 목사는 야외에서 부활절 예배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10명 이상이 모이는 예배를 불허한다”는 주 당국의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캐머스 목사는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이 기독교인에게 준 선물과 부활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준비 중”이라며 “마스크를 쓰고 물리적 거리도 유지하면서 신도 25명과 함께 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지애나주의 토니 스펠 목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부활절 예배를 성대하게 치르기로 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한 행정명령을 위반해 한 차례 기소된 전력이 있다. 스펠 목사는 참석 인원을 2,000명 이상으로 예상하면서 “정부는 나의 창조주가 아니고 대통령은 내 신이 아니다”라며 “사탄과 바이러스는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신앙심은 교계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ㆍ감염 규모는 단연 세계 1위다.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집단감염으로 발전할 수 있는 현장 예배는 오히려 ‘부도덕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미 풀뿌리 기독교단체인 ‘페이트풀 아메리카’의 네이선 엠스솔 대표는 영국 BBC방송에 “현장 예배를 중단하는 것은 신자들뿐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웃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이웃을 사랑하고 병자를 고치라고 이야기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화상 예배 등 감염병 예방 규칙을 준수하면서 조용히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부활 대축일 미사를 온라인으로 치르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했다. 교황은 12일 미사 후 텅 빈 성베드로대성당 안에서 발표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ㆍ로마와 온 세계에)’ 강복 메시지를 통해 “오늘은 고독한 부활절”이라며 “지금은 무관심과 이기심, 분열과 망각의 때가 아니다. 감염병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서로 단결해야 한다”고 연대를 강조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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