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위험 분산ㆍ투표소 방역 효과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교육지원청 강당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남모(48ㆍ회사원)씨는 길게 늘어 선 사전투표 행렬에 깜짝 놀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아직은 떨칠 수 없어 비교적 한산할 것 같은 토요일 오후를 택했다는 남씨는 “투표 행렬이 너무 길어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20분 넘게 기다려 투표를 마쳤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유권자들이 투표를 꺼릴 것이라는 예측은 정확히 빗나갔다. 10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4ㆍ15 총선 사전투표율은 26.7%(1,174만2,677명)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온계로 발열 검사를 하고 1~2m씩 간격을 유지하는 번거로움과 미끄러운 비닐장갑의 불편함도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 하겠다는 표심을 막지 못했다.
사전 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은 대체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유권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15일을 피해 사전투표에 나섰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에 사는 주부 이모(50)씨는 “투표 당일엔 사람들이 몰릴까 봐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아침 일찍 투표를 했다”고 했다. 생애 첫 선거를 하는 딸(고3)과 함께 주민센터를 찾아 한 표를 행사한 이씨는 “아이가 한 표의 소중한 의미를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부터 선거권을 행사하게 된 18세 유권자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기 아쉬워 사전투표장을 찾았다고 했다. 광주 문정여고 3학년 김지율(18)양은 “청소년이 투표를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인데, 당연히 참가해야죠”라며 11일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투표확인증을 자랑했다. 김양은 “특히 우리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학습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노년층 가운데는 투표장으로 향하며 코로나19 격리상태에서 풀려난 해방감도 표시했다. 전남 나주시에 거주하는 80대 유권자 김모씨는 “코로나19로 노인당과 마을회관이 닫아서 집에만 있다가 기분전환도 할 겸 마을청년들과 함께 차를 타고 투표하러 나왔다”고 했다.
사전투표 행렬에 동참한 유권자들의 심중은 각기 달랐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일상의 변화로 정치의 중요성과 투표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면서 투표장에 나왔다는 의견이 많았다. 11일 오전7시 대전 동구 용운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워킹맘 김모(46)씨는 “그 동안 정당만 보고 대충 투표를 했지만 이번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제대로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읽어보고 투표장에 나왔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보민(31)씨는 “교육ㆍ주거ㆍ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많은데 선거 자료와 선거 큐레이션 웹사이트 등을 공부해서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한 후보와 정당의 승리뿐 아니라 정치의 발전을 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매일 정당 간 비방전만 펼치는 모습에 지쳤다”며 “코로나19 이후 사회에서는 정치권이 국민 기대에 부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성보(77)씨는 “더 미래지향적으로 토론하고 명쾌한 답을 낼 줄 아는 정치인들이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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