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신종 코로나 때문이죠.”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교육지원청 강당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남모(48)씨가 답한 사전 투표 이유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한산할 것 같은 토요일 오후를 택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투표소 입구에서 만난 한 선거사무원도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이 완전 빗나갔다”며 “철저한 ‘방역투표’가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오전 7시쯤 간편한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대전 동구 용운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주부 김모(46)씨는 “아직 신종코로나를 안심할 수 없지만 이번 만큼은 제대로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전투표를 했다”며 “정당만 보고 대충 투표를 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제대로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읽어보고 신중하게 투표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0일과 11일 진행된 4ㆍ15 총선 사전투표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전국 사전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율에 대한 우려가 무색할 정도의 상반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로 사전투표장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11일 오전 11시쯤 인천 남동구 구월1동 성리중학교 1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입구에는 10여명 정도가 마스크를 쓴 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1m 간격을 유지했으나 앞사람에 바짝 붙어있는 경우도 보였다. 입구에서 비접촉식 체온계로 발열 검사를 하고 손 소독제로 양 손을 소독한 뒤 투표 사무원이 나눠주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투표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지체되는 모습이었다. 투표사무원들은 투표소 안에서 유권자들 동선이 겹치지 않게 관리했으나 공간이 비좁아 상당 부분 겹쳤다.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선거인명부에 전자서명을 하는 과정에서만 신분 확인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을 뿐 투표소 안팎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혼자 또는 가족들과 함께 차량으로 사전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도 많았다. 들어오고 나가려는 차량 때문에 이날 성리중 교문 앞 도로가 정체 현상을 빚기도 했다.
한 유권자는 “15일에는 투표소를 찾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사전투표를 택했다”며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호남지역의 경우 노인층의 투표율도 비교적 높았다. 이 때문에 색다른 해석도 나왔다. 농촌지역 고령화로 개별 선거가 힘들어 마을별 집단투표 성향이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로 노인당과 마을회관 등이 폐쇄된 상태에서 기분전환을 위해 외출하려는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전남 나주시의 김모(85)씨는 “마을 청년들이 투표하러 간다기에 같은 차를 타고 사전투표를 하게 됐다”며 “노인정과 마을회관이 닫혀 집 안에만 있다가 공식적인 외출이 가능해 많은 사람들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사전 투표할 수 있는 편의성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주말까지 겹쳐 가족단위 유권자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전남도 선관위 관계자는 “원래 투표참여가 높은 지역인데다 어디서든 가능한 제도적 편의성, 여유 있게 미리 투표하려는 분위기가 사전투표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인 경우 신종 코로나가 가장 심했기 때문인지 전국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모습은 다른 지역 어디보다 진지했다.
대구 수성을선거구에서 사전투표한 전모(23)씨는 “신종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보니 정치인과 정책, 국가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해 투표하게 됐다”며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될 지는 모르지만 한 표를 행사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은 역대 최고치의 사전 투표율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부산지역 한 정당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투표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기존엔 사전투표에 주로 젊은 층이 많이 참여해 진보 지지 성향을 보였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이번엔 중장년층의 사전투표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른 동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헌 최두선 이종구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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