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끝판왕’ 오승환(38ㆍ삼성)이 건재를 예고하면서 올 시즌 구원 경쟁에 흥미를 더할 전망이다.
오승환은 지난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 청팀 두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동안 무피안타 무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복귀 합격점을 받았다. 7년 만의 국내 실전 무대이자 삼성라이온즈파크 첫 등판이었다. 직구 최고시속은 147㎞를 찍어 ‘돌직구’도 녹슬지 않았음을 과시했다.
오승환은 2013년까지 삼성에서 활약하다가 일본프로야구 한신과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콜로라도를 거쳐 지난해 8월 복귀했다. 돌아오자마자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스프링캠프까지 충실히 소화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39세가 된 오승환은 전성기는 지났지만 이날 보여준 투구라면 여전히 국내 정상급 마무리로 손색이 없다. 그가 경쟁을 벌일 선수들은 지난해 구원왕에 오른 하재훈(30ㆍSK)을 비롯해 '포스트 오승환'으로 불리는 고우석(22ㆍLG), 국가대표 마무리 조상우(26ㆍ키움)까지 젊은 3인방이다. 셋 모두 오승환처럼 강력한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이다. 하재훈은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KBO리그 데뷔 첫해에 구원왕(36세이브)을 거머쥐는 성공 신화를 썼다. 고우석은 데뷔 때부터 오승환을 연상케 한다는 전문가들의 호평 속에 지난해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급성장했다. 조상우는 150㎞ 후반대를 어렵지 않게 찍는 ‘광속구’를 앞세워 키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조상우도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청백전에 처음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51㎞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 3명도 오승환의 커리어에는 범접할 수 없다. 오승환은 수식어가 필요 없는 레전드다. 삼성에서 9시즌을 뛰면서 277세이브, 일본에서 80세이브를 올렸고 메이저리그에서 42세이브를 보태 통산 399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대망의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대기록을 앞두고 있으며 이와세 히토키(전 주니치)가 보유한 아시아 최다 세이브(407개) 경신도 시간 문제다.
하재훈 고우석 조상우가 대선배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지는 모양새지만 실질적인 경쟁은 오승환이 불리하다. 오승환은 해외 불법 도박으로 2016년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시즌 개막 후 남은 3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해야 한다. 마무리 보직의 특성상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도 있기에 예단하기 어렵지만 오승환의 복귀로 ‘마무리 지형도’에 일대 변화가 생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오승환은 첫 등판을 마친 뒤 “국내에서 오랜만에 투구해 어색했는데, 홈구장에 처음 섰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면서 "아직 준비할 시간이 많은 만큼, 개막전까지 몸을 잘 끌어올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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