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美 공동 연구팀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처럼 인체 내 면역세포를 공격해 파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사망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와 미국 뉴욕의 과학자들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최근 이런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의학전문지 ‘세포 분자 면역학(Cellular & Molecular Immun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T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T세포의 면역 기능이 마비됐다고 SCMP는 전했다. T세포는 인체에 침투한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면역세포다. 반면 같은 코로나 계열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바이러스는 T세포에 침투하지 못했다.
이는 앞선 임상 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한다. 올해 2월 중국 인민해방군 면역학연구소 연구팀은 중증 또는 고령의 코로나19 환자에게서 T세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코로나19 사망자 부검에서 면역체계 붕괴가 다시 한 번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시신을 살펴본 의사들은 “사스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에 동시 감염된 환자와 유사한 내부 장기 손상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간 유사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의사도 “코로나19가 때로는 인체 면역체계를 공격하는 가장 악명 높은 바이러스(HIV)처럼 활동한다는 우려가 일선 의료진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SCMP는 “HIV와 달리 코로나바이러스는 T세포에 침투한 뒤 증식하지 않았다”면서 “무증상 환자에게도 연구 결과가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과도한 면역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증상은 왜 나타나는지 역시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