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금지 등 해제 가능성… 한국 기업인 추가 입국 ‘청신호’
다른 동남아국은 확산세 지속... 태국, 술 판매까지 금지
베트남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진원지로 꼽혔던 수도 하노이의 박마이병원에 대한 봉쇄가 풀렸다. 이 병원을 제외하고 최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거의 나오지 않아 정부가 강력하게 시행 중인 이동금지 등 통제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베트남뉴스통신(VNA)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최대 병원인 박마이병원이 전날 자정을 기점으로 봉쇄가 해제됐다. 지난달 20일 이 병원 간호사 2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같은달 29일 9명의 병원 관계자가 추가로 감염되면서 시설 격리 및 봉쇄 조치가 내려진지 14일 만이다. 이날까지 박마이병원 관련 확진자는 총 40명으로 베트남 내 단일 장소 가운데 감염이 가장 많았다. 하노이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그 동안 박마이병원 근무자와 방문자 등 5만2,000여명을 추적해 1만5,000여명을 직접 검사하고 나머지 인원은 모두 격리시켰다”며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박마이병원을 통한 추가 감염 위험성은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16명에 불과하던 확진자가 지난달에만 200여명 이상 늘었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 일일 신규 확진 사례는 한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보건부는 이날 5일에 이어 “신규 확진자 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47세 여성 한 명만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인근 하남성에 대한 추가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하노이 내 하로이 지역을 7일부터 봉쇄하는 등 남은 집단감염 의심지에 대한 방역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호전은 15일까지로 예정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의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부득담 베트남 부총리는 전날 국가운영위원회에서 “코로나19 전쟁에 대한 경계심을 아직 늦추면 안 된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코로나19 대응) 전술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차원에서 ‘2m 이상 거리 유지, 2인 이상 모임 금지’ 원칙은 유지하되, 각종 국내외 봉쇄책으로 크게 위축된 내수 및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은 일정 부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베트남상공인연합회(VCCI)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회원사의 절반이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6개월 안에 파산한다”고 답하는 등 베트남 산업계의 코로나19 피로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수준을 낮추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진 한국 중견기업 소속 엔지니어와 전문가 예외 입국 절차에 속도가 붙을 수 있어서다. 현지 한국 기업 관계자는 “삼성과 엘지 등 단일시설 격리가 가능한 대기업과 달리 중견기업의 예외입국 교섭은 격리ㆍ감시 동선이 명확하지 않아 지지부진했다”면서 “베트남 정부가 이달 들어 입국 희망 기업인 정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등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앞서 1일 코로나19의 전국적 유행을 선언한 뒤 대중교통과 대부분의 차량 및 오토바이 운행을 보름 동안 금지시켰다. 식료품점과 약국 등 필수 시설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다중시설이 문을 닫았으며, 하이퐁 등 산업도시로의 출ㆍ퇴근과 물류 통행 역시 제한되고 있다. 이미 2월부터 한국 등 아시아권과 미국 및 유럽 등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선제적으로 실시한 것을 고려하면, 베트남은 국내외 모두 발이 꽁꽁 묶인 채 살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과 달리 인도차이나 반도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코로나19 방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518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태국은 술 판매까지 금지하며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통 설 연휴 기간을 앞둔 캄보디아(120명)와 미얀마(38명), 라오스(18명)는 지역 간 이동을 막아 섰다.
해양 동남아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말레이시아(4,530명), 필리핀(4,428명), 인도네시아(3,842명)는 동남아 내 확진자 수 1~3위를 유지하며 봉쇄령을 확대하는 등 감염병 확산을 막는데 여념이 없다. 최근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싱가포르(2,299명)는 뒤늦게 해변을 폐쇄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추가 대응에 나섰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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