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산업군 ‘3단계 대응책’ … 현재 2단계 시행, 마지막 카드만 남아
금융당국은 기존 경영난에 더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까지 겹친 산업군에 대해 최악의 경우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있다. 다만 당장은 채권은행의 지원과 채권 발행 등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코로나19 피해 확산으로 기간산업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 등 충격이 가시화되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경제상황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이미 수립해놓은 상태다.
대응책은 크게 1, 2, 3단계로 구성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단계는 사실상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며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항공이나 중공업 등에 구조조정 필요성이 인정되면 정부 차원에서 즉시 개입할 수 있도록 여러 시나리오를 예상해 대비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별 대응책에는 항공뿐 만 아니라 중공업 등 다른 기간산업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도 만약을 대비해 ‘실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산은 이사회는 올해 후순위 산업금융채권 발행 한도를 최대 4조원까지 늘려 승인했다. 산은 이사회는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정책금융 지원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위해 연내 발행 한도를 4조원 이내로 승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3단계는 앞선 1, 2단계 대응책만으로는 부족하단 판단이 섰을 때 쓸 최후의 수단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1단계는 중소ㆍ중견 기업 중심의 대출이다. 2단계는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증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 신속인수제, 주채권은행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걸 돕는 지원이다.
현재 2단계까지가 시행 중이다. 최근 두산중공업에 지원된 1조원은 2단계 조치로 봐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에 포함된 산업ㆍ수출입은행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고, 두 은행은 두산중공업 주식과 부동산(두산타워) 등을 담보로 1조원 규모를 대출했다. 산업은행은 대출 지원 배경으로 “국내 원전기술 등 기간산업 보호 목적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피해 중견ㆍ대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 프로그램도 5월 말 5,000억원 규모로 시행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역시 이르면 5월 회사채 차환분부터 가동된다.
금융위는 “P-CBO 프로그램과 관련 중견ㆍ대기업 약 20곳에서 7,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문의해왔다”며 “오는 14일까지 지원 신청을 받은 뒤 부채비율, 채무상환능력, 구조조정절차 진행 여부 등을 심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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